늦은 밤, 개가 집을 나갔다. 남편과 나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개를 찾았다. 나는 집 근처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혹시 지나가는 개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누런 개요? 봤어요. 저쪽으로 가던데요.” 나는 그녀가 가리킨 쪽으로 달리며 큰 소리로 개의 이름을 불렀다. 개는 보이지 않았고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세 명의 청년들이 보였다. 나는 그들에게 누런 개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그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사거리 쪽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한 후 또 달렸다. 사거리에 다다르자 횡단보도 건너편에 서 있는 우리 집 개, 초코가 보였다. 젊은 부부가 초코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큰 소리로 초코를 불렀다. 그때 빨간불이 켜졌고 달려오던 자동차는 길을 건너는 개를 위해 잠시 멈춰 기다려주었다. 초록불이 켜지자 젊은 부부는 횡단보도를 건너 나에게 다가와 개 주인이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하자 그들은 개가 헤매고 다닌 것 같다면서 차에 치일까 봐 개를 붙들고 있었다고 했다.
그들이 떠난 후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목줄이 없어서 어떻게 집까지 데려갈 수 있을지 막막했다. 나는 개의 목에 걸어놓은 목걸이를 손으로 잡고 남편에게 전화해 개를 찾았다고 말했다. 남편은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개를 들어 올려 품에 안은 채 집 쪽으로 이동했다. 아까 만난 청년들이 개를 보며 말했다. “너 혼자서 나오면 안 돼.” 나는 그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개 찾으셨네요” 하며 기뻐했다. 나는 그녀에게 혹시 기다란 끈을 빌릴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안에서 노끈을 들고 나왔다. 노끈을 목걸이에 연결하자 쉽게 개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문을 잠근 후 오늘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천천히 떠올렸다. 그중 한 명이라도 만나지 못했더라면 오늘 개를 찾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의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