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하고 조용… SUV 새 트렌드는 ‘가솔린’

입력 2019-09-22 20:54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디젤이 가진 힘과 높은 연비로 강인한 매력을 한껏 어필하던 SUV지만 최근 들어 가솔린 SUV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요즘은 SUV의 느낌을 한정짓기가 쉽지 않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서 SUV의 모델과 수요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SUV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엇을 떠올렸는지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남성 운전자, 4인 이상으로 구성된 가족, 캠핑,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같은 것들이었다.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성 운전자가 크게 늘었고, 넓은 시야와 실용성 등 여러가지 이유로 세단보다 SUV를 선호하는 여성들도 많아졌다. 레저활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도심에서 SUV의 장점을 누리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도, 2~3인 가구도 SUV를 갖고 싶어한다. SUV를 타고 싶지만 거친 느낌은 싫고,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을 원하는 수요도 많다.

가솔린 SUV의 가파른 성장세는 이같은 변화를 잘 보여준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UV 전체 판매량 51만7480대 중 가솔린 모델의 판매량은 14만1878대로 27.4%를 차지했으나 올 상반기 전체 SUV 판매량 26만4500대 중 가솔린 모델 판매량은 8만6948대로 30%를 넘어섰다. 반면 디젤 SUV의 비중은 65.9%에서 57.5%로 낮아졌다.

준중형차에 해당하는 C 세그먼트 SUV에서 가솔린 모델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눈에 띈다. 이 차급에서 가솔린 SUV의 판매량은 2016년 3326대에서 2017년 7958대, 지난해 1만860대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하지만 디젤 SUV의 판매량은 2016년 11만2179대에서 지난해 7만2729대로 급격히 줄었다. 올해 가솔린 SUV 판매량은 2만5240대로 지난해의 두 배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솔린 SUV 시대의 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르노삼성자동차의 ‘QM6 GDe’는 지난 7월 국내 중형 가솔린 SUV 최초로 4만6000대 판매를 돌파했다. 세단 수준의 뛰어난 정숙성과 좋은 연비 및 합리적인 판매 가격을 강점으로 지난 2017년 출시 이후 국내 중형 가솔린 SUV 시장 판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 가솔린 모델은 2015년 출시 이후 지난 7월까지 총 15만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가솔린 SUV가 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도 디젤 SUV의 시세는 예전만 못하다. 중고차 유통플랫폼 기업 AJ셀카는 “올 상반기 현대자동차 ‘코나’와 ‘베뉴’, 기아자동차 ‘셀토스’ 등 소형 가솔린 SUV의 판매량이 디젤 SUV보다 높았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솔린 SUV를 찾는 이유에 대해 “디젤보다 친환경적이고 정숙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며 “디젤게이트를 기점으로 디젤 축소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인식과 정부 정책 등이 변화함에 따라 가솔린 SUV 모델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 연말 출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와 쉐보레가 최근 내놓은 ‘트래버스’ 등 대형 모델들도 가솔린 SUV 대열에 합류했다. 티볼리 가솔린 모델로 자동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쌍용차는 준중형 SUV ‘코란도’의 가솔린 모델을 지난달 13일 출시했다. 코란도 가솔린 모델의 경우 국내 SUV 중 유일하게 저공해차 인증을 받았다. 2256만~2755만원의 경제적인 가격, 동급 대비 뛰어난 공간감도 내세웠다. BMW 코리아도 이달 초 플래그십 SUV인 ‘X7’ 라인업에 가솔린 모델을 추가했다. BMW 코리아는 “플래그십 고급스러움과 가솔린 모델 특유의 강력함,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모두 갖춘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