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일 만에 드루킹 마주한 김경수 “킹크랩 본 적 없다”

입력 2019-09-20 04:05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공모 사건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으로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법정에서 ‘드루킹’ 김동원씨와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김 지사는 문제의 ‘킹크랩 시연회’를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김씨도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증언을 반복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의 법정 대면은 지난해 12월 7일 1심 증인신문 이후 286일 만이다.

이날 공방의 핵심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했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김씨 사무실에서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판단, 댓글조작 공범으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유죄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김 지사에게서 킹크랩 사용을 허락받았다”는 김씨의 증언이었다.

김씨는 이날도 “2016년 9월 킹크랩 기계 성능을 개발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김 지사에게 보고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날(11월 9일)도 나가면서 ‘뭘 이렇게 보여주고 그래’라고 해서 보고하지 말고 알아서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범행 도구에 대해 설명한 뒤 사실상의 사용 허락을 받았다는 취지다. 김씨는 김 지사 측 변호인이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기억나느냐”고 묻자 “(김 지사가 킹크랩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앞에 놓고 뚫어지게 쳐다봤다”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공판 출석 전부터 “킹크랩 시연을 본 적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두 번 본 사람들과 불법을 공모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며 “만일 불법적인 방법으로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엄중 처벌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시연 시점(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 7분 15초~23분 53초) 직전 드루킹 일당과 닭갈비로 식사를 했고, 킹크랩이 작동될 무렵에는 시연회가 아닌 ‘선플 작업’ 등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