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법 뜯어고쳐야… 어느 장관 자리는 사양하는 분이 두 자릿수”

입력 2019-09-20 04:06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오른쪽)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국회혁신특별위원회 및 중진의원단 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이 대표는 “국회 신뢰도가 2.4%로 공공기관 중 꼴찌에 가깝다. 대의기관이 국민 신뢰를 이렇게 못 받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회에서 당내 기구인 국회혁신특별위원회 및 중진의원단 연석회의를 열어 ‘최악의 국회’로 불리는 20대 국회를 반성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20대 국회는 지난 4월 선거제 개혁안 및 사법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물리적 충돌을 빚어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고, 전체 법안 처리율도 30% 안팎에 불과한 상태다. 임기 내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대치로 국회 일정이 올스톱됐다.

회의에는 이해찬 대표를 포함해 혁신특별위원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회 신뢰도가 2.4%로 공공기관 중 거의 꼴찌에 가깝다. 300명 의원 중에서 6~7명만 신뢰를 갖는다는 의미”라며 “여기 계신 분들도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분들일 것”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중진 의원들은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석현 의원은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청문회도 정쟁, 예산도 정쟁, 나랏일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국회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다”고 했다. 강창일 의원은 “정치생활 16년째인데 이런 국회는 처음 본다. 국민이 국회를 탄핵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며 “저 스스로도 자괴감을 느끼고 의원을 해야 하나 근본적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은 “법안 검토가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을 중심으로 이뤄져 의원들의 의견을 더 앞서고 있다”며 의원들의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촉구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선 인사청문회법과 국회선진화법을 서둘러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박병석 의원은 “청문회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제가 알기로 어느 장관 자리는 사양하는 분이 두 자릿수 이상이라고 한다”며 “도덕성은 비공개로, 정책은 공개 검증하는 제도로 고쳐야만 제대로 된 인재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자리는 국토교통부 장관인 것으로 보인다. 자리를 제안받은 이들이 다들 다주택자이거나 주택 거래 등에 문제가 있어 고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현재 청와대는 조국 장관의 인사청문회 이후 더더욱 인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원혜영 의원은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국회선진화법 제정인데 (선진화법 산물인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별로 면이 안 선다”며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에는 실패한 법”이라고 토로했다.

회의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거론됐다. 김진표 의원(4선)은 “회의 불출석에 대한 페널티 문제는 다른 나라 입법례에도 많기에 꼭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주민 혁신특위위원장도 “상시국회 체제를 만들고 회의에 불출석하면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