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CEO “잡스 살아 있으면 애플-디즈니 합병”

입력 2019-09-19 20:52

글로벌 콘텐츠 업체인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가 “스티브 잡스(사진 오른쪽)가 살아 있었다면 디즈니와 애플이 합쳐졌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18일(현지시간)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밥 아이거(왼쪽) 디즈니 CEO는 오는 23일 발간 예정인 자서전 발췌록에서 “스티브가 죽은 뒤 그 회사(애플)가 거둔 모든 성공의 순간마다 ‘스티브가 살아서 이걸 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며 “나는 만약 스티브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우리 회사들을 합병했을 거라고, 아니면 적어도 그 가능성을 아주 심각하게 논의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발췌록은 잡지 ‘배너티페어’를 통해 공개됐다.

CNBC는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한다면 사상 최대의 기업 거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수년간 애플-디즈니 합병 가능성에 대한 관측을 내놨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다만 최근 미 정부가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대한 반(反)독점 조사의 강도를 높여가는 것을 고려할 때 지금은 두 거대 회사의 합병이 힘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194조원)가 넘고, 디즈니는 2460억 달러(약 293조7000억원)에 달한다.

아이거와 잡스는 2006년 잡스가 보유하고 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를 디즈니가 74억 달러(약 8조8000억원)에 인수하면서 가까워졌다. 2009년 잡스는 디즈니가 마블을 40억 달러(약 4조7800억원)에 사들일 때도 도움을 줬다.

합병 후 아이작 펄머터 마블 회장은 아이거에게 “(이 합병에 대해) 여전히 의심이 있었지만 잡스의 전화 한 통이 내 마음을 바꿨다”며 “그가 말하길, 당신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이거는 “단순히 이사회 멤버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스티브에게 감사했다”며 “우리 관계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 그 이상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향후 애플과 디즈니는 경쟁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11월 1일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를, 디즈니는 같은 달 12일 ‘디즈니+’를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거는 잡스가 숨진 후 2011년부터 애플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지만 지난 10일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