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제도 ‘줄타기 외교’… 미·중 갈등 새 불씨

입력 2019-09-20 04:06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 해변 모습. AP연합뉴스

대만과 단교를 결정한 남태평양 국가 솔로몬제도에 대해 미국이 원조를 재검토하며 사실상 제재에 나섰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역사적으로 강한 관계를 훼손했다”며 솔로몬제도를 비난했다. 이에 중국은 “내정에 간섭 말라”고 맞서 솔로몬제도 문제가 양국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외원조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의 글로리아 스틸 아시아국 부국장 대행은 18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예산 청문회에서 솔로몬제도에 대한 원조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0 회계연도에 솔로몬제도에 자금 지원을 하느냐는 질문에 “현 시점에서 우리는 솔로몬제도에 대한 지원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고, USAID도 현재 미국이 솔로몬제도에 제공하고 있는 원조의 세부 사항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이달 말 열리는 유엔총회 전후로 예정됐던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와의 회담을 거부했다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솔로몬제도가 대만에서 중국으로 외교적 승인을 바꾸기로 한 결정에는 결과가 따른다”며 “그들은 역사적으로 강한 관계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무슨 자격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른 중국과의 수교를 놓고 왈가왈부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전 세계에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진정으로 태평양의 섬나라에 관심이 있다면 그 나라의 경제 발전과 민생을 개선하는 데 도움되는 일을 해야지 제재의 몽둥이를 휘두르거나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솔로몬제도 정부는 지난 16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16년 취임한 이래 솔로몬제도를 포함한 6개국이 대만과 단교하면서 대만 수교국은 16개로 줄었다.

솔로몬제도 정부의 단교 조치에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솔로몬제도와 모든 관계를 끊고 현지에 있는 모든 외교사절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온라인 논평에서 “솔로몬제도가 대만과 외교적 관계 단절을 결정한 것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중국은 솔로몬제도에 수교 시 개발기금 850만 달러(약 101억원)를 제공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