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과 간암으로 발전하는 C형간염을 하루빨리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이상헌 간담췌내과 교수의 말이다. ‘국가검진의 사각지대, C형간염을 말하다’란 타이틀로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정책토론회에서 이 교수는 국가 건강검진에 C형간염이 조속히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비교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게 사실이었다. 간이 굳어 제 기능을 상실하는 간경변과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간암의 원인이 됨에도 병 진행 과정에서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이미 손쓸 도리가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 C형간염의 특징이다. 문제는 유병률이 낮아 건강검진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C형간염 현황 및 국내 최초 민간 주도 C형간염 퇴치 위한 검진·치료 사업 사례’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의 부적절한 감염관리로 인한 재사용 주사기 및 수술도구 등이 감염의 원흉이 된다는 것. 최근에는 문신 및 피어싱, 수지침 등으로도 C형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C형간염 바이러스는 간단한 소독으로 깨끗해 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감염 관리의 어려움과 감염 위험성을 경고했다.
무엇보다 C형간염이 위험한 이유는 간질환에 의한 사망자 중 절반(48%) 가까이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게 의료의 주요 미션인 만큼 간질환에 있어 생존율 상승은 주요한 과제”라며 C형간염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C형간염에 걸리면 일부 건강한 환자의 경우 자가 치료되기도 하지만, 중장년층부터 노령층 등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의 경우 대부분 만성간염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만성간염은 간암으로 악화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만성간염-간경변-간암-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 C형간염”이라며 “B형간염은 예방접종으로 인해 질병 발생을 억제할 수 있지만, C형간염은 예방접종이 없고 조기발견을 위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사회가 고령화에 접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C형간염은 더욱 큰 위협이 된다. 환자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증상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간염의 추가적 전파를 멈추고 모든 간염 환자들이 안전하고 감당할 수 있으며 효율적인 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기조로 적극적 질환 퇴치를 권고하고 있다.
이 교수는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국가검진에 C형간염 항체검사 포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기진단을 통해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만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C형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C형간염은 진행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감염확진을 비롯해 환자의 건강증진 및 추가 감염 예방을 위해 조기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간학회가 구례군과 함께 실시했던 무증상 환자에 대한 진단 및 예방 사업과 관련, 사업 시행과정에서 여러 한계와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검진 사업 비용효과성을 고려할 때, 국가검진에 C형간염이 포함되는 등의 보건당국의 좀 더 선제적 질환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