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공관 직원도 근로기준법 대상”

입력 2019-09-19 04:08

대한민국 내 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국제관습법상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는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은 대사관 직원의 고용 문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주한핀란드대사관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직원 A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하다고 판단한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가 주장한 ‘계약 갱신 기대권’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핀란드대사관 손을 들어줬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핀란드대사관에 근무했던 A씨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15년 핀란드대사관 계약직 홍보담당자로 채용됐지만, 2년 뒤 근로 관계 종료 통지를 받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방·중앙노동위원회는 “계약갱신 거절에 합리적 사유가 없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대사관 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대사관 측은 국제관습법인 ‘국가 및 그 재산의 관할권 면제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관할권 면제 협약)에 따라 A씨에게 대한민국의 사법적 관할권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협약은 관계국 간 별도 합의가 없으면 ‘공권력 행사에 있어 특별기능 수행을 위해 고용된 경우’나 ‘개인의 채용·고용갱신 등이 문제된 경우’ 타국의 사법적 관할권을 면제한다. 대사관 측은 A씨가 중요 외교업무기능을 수행했고 고용계약 갱신을 다투고 있어 이 협약이 적용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할권 면제 협약은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정부가 체결하지 않았다”며 대사관 측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근로계약서에 대한민국 노동법이 적용된다고 명시돼 있고, 당시 대사관에 A씨 포함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가 고용돼 있어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노위·중노위의 관할권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계약 갱신 기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약서에 종료일이 명시됐고, 대사관에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관행도 없었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