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폐플라스틱·비닐’의 재활용 방안 본격 착수

입력 2019-09-19 04:04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폐기된 플라스틱·비닐의 재활용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되고,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면서 업계도 변화하는 중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재사용이나 식물자원을 활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상용화에 착수했다.

국내 업계에선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만든 액체원료(열분해유)’로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선순환이 곧 가능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18일 “향후 환경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작용하고,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고려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하반기 중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과거 폴리프로필렌(PP) 리사이클링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한 GS칼텍스도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향후 폐기물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독일의 바스프(BASF)가 폐플라스틱·비닐을 화학 공정에 재사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SABIC)은 폐기된 페트(PET)를 재활용해 폴리부틸렌 테레프탈레이트(PBT)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제주클린에너지와 기술협약을 맺고 폐플라스틱 재활용유를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쓰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열분해유로 플라스틱 생산의 주원료인 납사(나프타)를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열분해 방식은 최근 업계에서 관심도가 높은 재활용 방식이다. 기존 에너지 회수(SRF) 방식보다 대기오염물질 발생이 현저히 낮고, 고형이 아닌 액상 형태의 열분해유를 만들 수 있어 발전 연료 외에도 활용처가 다양하다. 현재 제주클린에너지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열분해유를 지역발전소나 아스콘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이를 SK이노베이션 등 석유화학업체에도 납품 가능하게 된다면 폐플라스틱의 용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업체까지 납품하게 된다면 국내 재활용업계의 숨통도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기술력이나 생산능력보다 다양한 판매처가 확보되지 않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김태윤 제주클린에너지 대표는 “수요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폐비닐·폐플라스틱 폐기물의 지속적인 선순환 처리가 잘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장 수요가 별로 없기 때문에 국내 열분해 업체 중 실제 실적을 내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열분해유의 쓰임새가 다양해져야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계도 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열분해유를 다방면에서 활용하려면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는 ‘재활용 시설’ 중 열분해 시설이 포함되지 않아 법적 기반이 취약하다. 또 폐기물 처리,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공적 의미도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시설이나 처리비 지원, 운송 보조, 판로 확보 지원 등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