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천 지방의 향신료 ‘마라’ 열풍이 그칠 줄을 모른다. 마라탕이나 마라샹궈 등 중국요리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더니 이제는 치킨과 라면 등 한국 대표 식품과도 결합하고 있다.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을 내는 마라가 한국 특유의 매운맛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농심이 중국 사천지역의 정통 마라탕을 표방한 용기면 ‘마라고수 마라탕면’을 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마라탕의 깊고 진한 국물맛을 재현하기 위해 화자오(산초)와 정향, 팔각 등으로 국물 맛을 냈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목이버섯과 청경채, 홍고추, 양배추 등을 후레이크로 넣어 식감과 함께 시각적인 재미도 노렸다. 면은 마라탕에 넣어 먹는 면의 느낌을 살려 넓적하고 쫄깃하게 만들었다. 또한, 전자레인지 조리도 가능하다.
농심은 마라고수 마라탕면을 중국법인과 공동 개발했다. 연구원들은 중국 내 유명 마라탕 전문점을 돌며 마라맛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상해법인 연구원과 현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식 및 평가 등의 조사를 진행했다.
라면은 농심 스테디셀러 ‘신라면’의 광고문구처럼 ‘한국인의 매운맛’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라면 업계는 앞 다퉈 마라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마라 향신료의 맛이 대중화되면서 기본적인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최근 비유탕 건면 ‘포기하지 마라탕면’이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봉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지난 7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포기하지 마라탕면을 한 정 판매했다. 100분 만에 8000봉지가 완판됐고 추가로 준비한 2만 봉지도 조기 소진됐다. 풀무원은 유통사에서 포기하지 마라탕면 입점을 먼저 제안해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라면 명가 오뚜기도 지난 5월 ‘마라샹궈면’을 출시했다. 매운 양념에 재료들을 볶아 먹는 사천 전통 요리 마라샹궈를 재현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마라열풍으로 맵고 얼얼한 마라 맛과 향의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며, “오뚜기 마라샹궈면은 기존의 매운맛과는 다른 독특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으로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킨업계도 마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돈치킨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허니마라치킨을 선보였다. ‘허니마라치킨’은 화자오와 산초로 마라의 얼얼한 매운맛을 살리면서도 국내산 벌꿀로 달콤함을 더한 메뉴다.
BHC치킨은 지난 4월 마라칸 치킨을 출시했다. 한 달 만에 15만개가 넘게 팔릴 만큼 인기가 좋았다. 굽네치킨도 자사의 대표 제품인 볼케이노에 마라 소스를 ‘마라 볼케이노’를 출시했다. 볼케이노 소스 특유의 불 맛에 마라의 감칠맛과 얼얼한 매운맛을 곁들인 것이 특징이다. 초복에는 큰 폭으로 매출이 늘어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