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 화질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LG전자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가 맞대응하면서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8K 화질 논란의 발단은 LG전자가 최근 국제가전박람회(IFA) 2019에서 “삼성전자 8K TV 화질이 4K 수준”이라고 도발하면서 시작됐다. LG전자는 17일 ‘8K 및 올레드 기술설명회’를 열고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IFA에서는 맞대응을 자제했던 삼성전자도 같은 날 ‘8K 화질 설명회’를 열고 LG전자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양사가 8K를 두고 싸우는 근본적인 이유는 8K 화질 표준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 자신이 맞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내세우지만 이를 검증해줄 기관이 현재로선 없다. 자칫하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전자는 ‘화질선명도’(CM·Contrast Modulation)라는 개념을 검증의 중요한 척도로 내세운다. 해상도가 8K(7680x4320)에 부합하더라도 CM이 낮으면 진짜 8K가 아니라는 것이다.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는 “CM이 50%는 넘어야 8K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독일의 인증기관 VDE의 자료를 공개하며 삼성전자의 2019년형 QLED 8K TV의 CM 값이 18% 수준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해상도 측정 기준을 CM 값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CM 50% 이상’을 해상도 충족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용석우 상무는 “8K 화질은 화소수뿐만 아니라 밝기, 컬러 볼륨 등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LG전자가 주장하는 CM은 아날로그 시절 해상도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기준으로 현재 시점에서 적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ICDM이 2016년 5월 CM을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 불완전해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2016년 이후에 평가 단체에서 화질 평가 요소로 CM을 쓰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시연을 통해 QLED 8K TV의 이미지, 텍스트 등의 선명도가 경쟁사보다 뛰어나다는 걸 주장했다. 고화질 동영상을 스트리밍하는 데 필요한 압축 코덱 HEVC를 통해 8K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장면도 시연했다. 바로 옆에 HEVC 코덱이 없는 LG전자 올레드 TV를 둬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모습도 보여줬다.
LG전자는 자사 4K 올레드 TV의 화질과 선명도가 삼성전자의 8K QLED TV보다 뛰어나다는 걸 강조하는 비교 시연을 했다. 올레드 TV와 기술적 차이를 부각하기 위해 QLED TV에 들어가는 퀀텀닷 필름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논란이 확대되는 건 경계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한국기업끼리 소모적인 논쟁을 하며 점유율 경쟁을 하길 원치는 않는다”면서도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할 일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8K 태동 시기에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자는 의미”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