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직전 사흘에 걸친 전면파업에 이어 명절 연휴 특근도 거부한 한국GM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에서도 노동자들이 대단위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같은 상황이 국내 사업장 및 제품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9~11일 전면파업을 벌인 한국GM 노조가 이번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투쟁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전면파업에도 사측과의 임금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 추가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 정상화를 전제로 산업은행과 본사의 투자를 받은 한국GM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조가 지금 파업을 한다는 것은 경영 정상화 초기에 굉장히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지난해 산업은행과 본사로부터 각각 7억5000만 달러, 64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10년 동안 존속하기로 어렵게 합의를 봤다. 나중에 GM이 철수하면 산업은행에 책임을 돌릴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GM 노조도 16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이 공장 4곳의 폐쇄를 발표하자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것이다. GM 노조의 전국적 파업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미국 전역에 걸쳐 GM 공장에 근무하는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노동자 4만90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미시간, 오하이오, 뉴욕, 켄터키, 테네시, 텍사스, 미주리, 인디애나, 캔자스 등 10개주에서 33개 생산 공장과 22개 부품 배분 창고가 문을 닫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 GM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하루 손실액을 9000만 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서도 GM 차량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에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최근 한국GM이 판매를 시작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 등 전략 차종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GM 본사가 UAW를 설득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인다면 한국GM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한국GM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국GM이 수입 판매하는 차종에 대한 영향은 없지만 GM 본사와 UAW 간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