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1시 경남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 경남도청에서 승용차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해보니 이미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47년 만에 개방된 저도에 들어가려는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었다.
관광유람선이 떠나기전 행사에서 박성호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저도를 시민에게 돌려드리는 과정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며 “앞으로 거제를 남해안 해양관광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관광객 이규성(73·울산시 남구 야음동)씨는 “울산에서 단체로 왔는데 호기심에 친구들과 함께 왔다”고 했다.
오후 2시30분 궁농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10분정도 바다를 가로지르자 저도가 모습을 나타냈다. 저도는 섬 모양이 돼지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 속하며 면적은 43만 4181㎡다.
섬 안에는 대통령 별장과 수행원 숙소, 콘도, 장병 숙소, 골프장(9홀), 팔각정, 인공적으로 만든 모래 해변 등이 있었다. 유람선이 저도 계류부두에 도착하자 한사람씩 차례로 내렸다. 어린시절 저도에서 살았다는 윤연순(83·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할머니는 “저도에 살때는 조그만 고깃배로 볼락, 도다리 등 잡어를 잡기도 하고 전복 소라 잡으며 생계를 유지했다”고 했다. 이어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공사하는 인부들 밥을 해주기도 하고 배로 뭍에서 저도로 나르는 일도 하다가 몇년 후 거제도로 나왔다”고 했다.
시범 공개된 저도의 시설은 해군군사시설로 지정된 대통령별장 등을 제외한 콘도와 둘레길, 모래해변이었다.
미리 나와있던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콘도가 위치한 3관을 구경하고 나오자 2전망대로 이동했다. 전망대에선 거가대교와 다도해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어 연리지정원 둘레길을 산책하듯 나오니 모래해변이 펼쳐졌다.
저도를 한바퀴 도는데 걸린 시간은 90분가량. 짧은 시간이지만 '바다위의 청와대'인 청해대란 이름에 걸맞게 조용하면서도 운치 있는 섬이었다.
행정안전부·국방부·해군·경남도·거제시 등 5개 기관은 앞으로 1년 간 저도를 일반에 시범 개방한다. 그동안 행정안전부 등 5개 기관은 저도 상생협의체 협의를 통해 저도 개방 준비를 진행해왔으며, 올해 9월부터 우선 1년간 저도를 시범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시범 개방은 월·목요일을 제외한 매주 5일간 이뤄지며, 군 정비기간은 제외된다. 방문 인원은 1일 최대 600명, 1일 방문 횟수는 오전·오후 각 1회, 방문 시간은 1회당 1시간30분이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