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제도마저 “단교”… 깊어지는 대만 고립

입력 2019-09-18 04:04
사진=EPA연합뉴스

남태평양 솔로몬제도가 36년 만에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기로 결정했다. 반중(反中) 성향 차이잉원(사진) 총통 집권 이후 가속화된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홍콩 시위로 실추됐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태평양 지역 내 전략적 교두보도 얻게 됐다.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는 16일 내각회의를 열어 대만 단교와 중국 수교를 결정했다고 대만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솔로몬제도 주재 대만대사관은 17일 교민과 현지인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기하강식을 가진 뒤 공관을 폐쇄했다. 인도적 지원 등 교류협력 목적으로 솔로몬제도에 체류하던 대만 관계자들도 전원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솔로몬제도가 대만과 단교한 건 1983년 수교 이후 36년 만이다. 이번 결정으로 대만의 수교국은 16개국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은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미끼로 대만과 수교한 나라를 포섭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특히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 총통 취임 이후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져 2016년 한 해에만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등 5개국이 대만에 등을 돌렸다.

대만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만 외교부는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또다시 ‘달러 외교’로 실속 없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소수의 정치인을 매수해 솔로몬제도를 대만과 단교하게 했다”며 “중국 정부의 목적은 대만에 타격을 가하고 대만 국민에게 손해를 입히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는 내년 1월 총통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 단교가 이뤄진 점에서 “중국이 선거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환영 입장을 내놨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취한 논평에서 “중국은 솔로몬제도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승인하고 대만 당국과 이른바 ‘외교 관계’를 단절키로 한 데 대해 매우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대만은 한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까지 갖고 있었지만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점차 커지면서 외교적 입지를 상실해 왔다. 남태평양 국가들은 지금까지 대만 편을 들어줬지만 솔로몬제도가 중국으로 돌아서면서 이 지역에서도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