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들이 양사의 소송전이 불거진 후 첫 회동을 가졌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친 만남이었지만, 양측 모두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를 두며 추후 협상 여지는 남겼다.
16일 양사에 따르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다.
소송전 이후 첫 만남이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와 재발방지, 피해배상 논의를 요구하는 LG화학과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SK이노베이션의 입장차만 확인한 셈이다.
지난 4월 LG화학은 직원 76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핵심기술이 유출됐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6월 국내에서 제기한 데 이어 지난 3일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이날 회동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 측은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반면 LG화학은 대화보다 소송을 통해 명확하게 시비를 가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LG화학은 이날 “첫 만남이 있기까지 산업부의 노력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번 회동에 산업부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당초 정부가 중재자로서 삼자대면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민간기업의 소송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양사 CEO가 향후 재차 만남을 가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의 협상과 문제 해결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만나야 문제 해결에 진척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계속 나온다. LG화학 측은 “ITC에 제기되는 소송만 10년 새 600건이 넘을 정도로 글로벌 기업들의 소송전은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총수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오히려 감정싸움으로 내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 자체가 그동안 정부의 혜택과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갈등 해결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