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일본 불매운동과 대형 매각 이슈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화재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까지 연이은 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영업비용 중 유류비가 20~30%를 차지하는 만큼 경영 및 실적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더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탑승객 수요가 감소하는 등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유가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유류 소모량이 3300만 배럴에 달한다. 유가 1달러(배럴당) 변동 시 300억원 규모의 손익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 인상은 항공사 매출 원가 부담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항공사 영업비용에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유가가 인상되면 그만큼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항공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가 변동으로 인한 영업비용 증가가 필연적인 만큼 유류할증료 변동 등 대응책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다만 각사 나름의 유가 상승에 대한 리스크 헷징(미래 발생 위험에 대한 경감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사우디 사태로 인한 추가 유가 변동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사태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 대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 밖의 변수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어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유가 변동에 따른 민감도가 높은 항공업계 특성상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예비입찰과 적격인수 후보군 선정을 통해 한창 매각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새 주인이 수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껴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 등 각종 악재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