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부지출 1조 늘리면 GDP 1.27조 증가”

입력 2019-09-17 04:04

한국은행이 1조원 정부지출로 국내총생산(GDP)을 5년간 1조2700억원 증가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문재인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 결과다.

한은 경제연구원 박광용 부연구위원과 이은경 조사역은 16일 ‘새로운 재정지출 식별방법을 이용한 우리나라의 정부지출 승수효과 추정’ 보고서를 발표하고 20분기 누적 정부지출 승수효과가 1.27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5년간 GDP가 정부가 지출한 예산의 1.27배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정부지출 승수는 정부지출 증가가 GDP를 얼마나 증감시켰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기존 연구자들이 평가한 5년 누적 정부지출 승수효과는 대개 0.6~1.8 사이로 비교적 넓게 분포한다. 승수가 1보다 작으면 GDP 증가폭이 정부지출 규모에 못 미쳤다는 의미다. 박 부연구위원은 “누적 정부지출 승수효과는 정부지출 확대 소식이 전해지고 1년 뒤 정점을 찍고 서서히 감소했지만 5년이 지나도 1보다 큰 값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지출 확대 소식이 전해진 시점부터 효과를 계산했다. 정부가 예산을 집행한 시점보다 1년 정도 이른 시기다. 2000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정부지출이 GDP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정부지출 결정 후 첫 분기 1.09였던 누적 승수효과는 6분기 이후 1.68로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지출이 GDP 증가에 미친 효과는 소식이 전해진 뒤 1년반 동안 가장 컸다는 뜻이다. 정부지출 확대 소식에 민간이 미리 투자와 소비를 늘렸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정부지출이 실제로 이뤄진 5분기부터 11분기 사이에는 승수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승수 계산 시점을 정부지출 결정 직후가 아니라 예산 집행 이후로 바꾸면 승수는 한은의 연구결과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기존 방법론을 통해 도출된 결과와 비교해 승수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것은 기존 연구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던 사전정보를 통한 선행지출 증가를 포착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