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명목뿐인 실무수습 개선 필요”

입력 2019-09-17 04:05

변호사 실무수습 제도가 실질적인 소송 수행능력 양성이라는 원래 목적과 동떨어져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변호사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사건 수임이 원천 차단돼 실무교육 기회가 막혀 있고, 수습기간에는 이른바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등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변호사 실무수습 제도는 2012년 변호사시험 1회 합격자부터 적용됐다. 합격자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되 사회적 신뢰 확보 차원에서 최소 6개월간 사건 수임을 제한하고 실무수습 기회를 갖도록 했다. 과거 사법시험 합격자가 2년간 사법연수원을 거친 것처럼 법학전문대학원 출신도 실무능력 배양을 위한 유예기간을 둔 셈이다.

변호사들은 그러나 국회 입법 과정에서 실무수습 중인 변호사의 사건 수임을 원천 제한한 것이 ‘노동착취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수습변호사는 변호사법상 사건 수임을 못하게 돼 있어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무교육을 맡은 로펌, 법률사무소가 수습변호사들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주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최근 실무수습 변호사 채용공고를 자체 조사한 결과, 지난해 수습변호사를 모집하면서 월 150만원 이하의 급여를 제시한 곳은 64.3%에 달했다. 수습변호사를 모집한 곳 중 과반이 지난해 최저 월급 기준(약 157만원)에 못 미치는 임금을 제시한 것이다. 대한변협 제2교육이사인 정재욱 변호사는 16일 “실무수습 과정이라 곧바로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노동력 착취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업무 제한 때문에 실무능력을 기를 기회가 차단돼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변호사법상 수습변호사는 단독 또는 공동으로 사건을 수임·상담할 수 없다. 법무부는 수습변호사가 구속 상태의 피의자·피고인과 단독으로 변호인 접견을 할 수 없고, 무상 수임·상담이나 국선변호인 선정도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무수습 중인 한 변호사는 “실제로 실무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공동수임이라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많은 로펌과 법률사무소에서 음성적으로 수습변호사에게 사건 수임·상담을 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수습기간 중 실무경험 기회를 확대하는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개월 실무수습을 마친 뒤 갑자기 사건수임·변론을 하게 될 경우 신입 변호사의 무경험으로 인한 피해는 전적으로 의뢰인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경미한 소액사건의 단독 수임이나 지도변호사와 공동 수임을 허용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수습변호사의 기여도가 높아질 경우 처우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