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투기자본 논란 ‘에어프레미아’에 면죄부

입력 2019-09-17 04:03
에어프레미아 여객기. 에어프레미아 제공

국토교통부가 신규 면허 발급 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대표이사를 바꾸면서 ‘투기자본’ 논란을 일으킨 에어프레미아에 ‘면죄부’를 줬다. 다만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지분 매각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라는 등의 ‘조건’을 붙였다. 재무건정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면허 발급 후 실제 취항이 이뤄지기도 전에 비정상적 경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제재를 할 수 없다는 ‘나쁜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16일 “에어프레미아의 대표자 변경에 따른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면허 신청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캐나다 등으로의 중장거리 노선 위주 사업계획을 내세운 저비용항공사(LCC)다. 지난 3월 국토부로부터 국제항공운송 면허를 받았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5월 갑자기 대표이사를 변경해 논란을 빚었다. 김종철 전 대표가 항공기 도입 기종, 운용 방식 등을 두고 투자자와 갈등을 빚은 게 발단이 됐다. 김 전 대표 사임 이후 심주엽·김세영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6월 국토부에 변경면허 신청을 했다. 지난 7월에는 한 임원(감사)이 청와대에 “투기꾼이 항공사를 장악했다”는 투서까지 보냈다.

항공 업계에서는 면허를 회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표이사 변경은 사업계획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현안이라 면허 재심사 사안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에어프레미아에 외국인 임원 재직 등의 문제가 없고, 투자자들이 투자의사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어 향후 사업계획을 이행하는 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는 게 주요 판단 근거다. 어명소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초기 투자가 중요한 스타트업의 경우 대표가 변경되면 자본·인력 이탈이 발생할 수 있어 철저한 재심사가 필요하다. 내부 태스크포스(TF) 논의, 법률 회계 분야 외부전문가 검토, 현장관계자 의견 청취 등을 거친 결과 면허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재무건정성 미달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면허취소를 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렸다. 에어프레미아는 사업계획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운항증명(AOC·안전면허)을 신청하고, 2021년 3월 이전에 취항해야 한다. 추가 투자계획을 이행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 등의 지분 매각상황 등을 국토부에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일부에선 ‘나쁜 선례’라고 비판한다.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대표자를 내세워 대대적 투자를 받은 뒤 대표이사를 바꾸고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등의 ‘먹튀 행위’ 빗장을 정부가 풀었다고 꼬집는다. 이에 대해 어 정책관은 “투기의혹이 제기된 점을 잘 알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허관리를 엄격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