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제한하는 대책 마련에 착수하면서 추석 이후 정국이 또다시 얼어붙고 있다. 조국(사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 보도가 나올 때마다 피의사실 유포라며 목소리를 높여온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에 법무부와 당정협의를 통해 검찰의 수사 기밀 유출에 대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여권이 조 장관 관련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당사자인 검찰도 “피의사실을 유포한 적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여권과 야당·검찰이 피의사실 공표 문제로 ‘조국 대전 2라운드’에 돌입한 형국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조 장관 수사에서 검찰발(發) 피의사실 유포 등의 의혹을 바라보며 국민은 어떤 경우에도 검찰의 정치 복귀가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고 추석 민심을 전했다. 민주당은 오는 18일 조 장관을 참석시킨 가운데 법무부와 당정협의를 열 계획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수사공보준칙 강화 등 당장 추진 가능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법무부는 훈령으로 돼 있는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폐지하고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제한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검찰 브리핑은 물론 언론 보도마저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피의사실 유포 시 처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형법 126조에 규정된 피의사실공표죄는 그동안 처벌된 사례가 없어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무부 안을 살펴본 뒤 추가 입법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조 장관도 규범력을 높여야 한다며 벌칙 규정 추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보지침을 바꾸겠다는 것은 곧 포토라인에 서는 조 장관의 배우자와 조 장관을 못 보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최순실 특검 당시 국민의 알권리라며 대국민 보고 의무를 특검에 쥐어준 민주당이 이제는 수사 상황을 꼭꼭 숨기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당정의 현 공보준칙 폐지 및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신설 협의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조 장관 일가에 관한 수사가 착수된 이후 이런 시도가 이뤄지는 점, 사실과 다른 피의사실 유출 의혹을 받아온 점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내비쳤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조 장관에 대한 수사 착수 이후 정상적인 수사공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수사 관련 내용은 검찰이 유출하지 않았고 유출할 수도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언론이 사건 관계인, 변호인을 인터뷰한 내용까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를 연이틀 소환해 조사했다. 조씨는 지난 14일 새벽 괌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체포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됐다. 조씨는 조 장관 친인척 6명이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 전 도피성 출국을 한 지난달에는 “같이 죽는 케이스” “조 후보자가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변 지인과 통화했다. 검찰은 오후에 조 장관 처남 정모씨도 불러 사모펀드 투자 경위 등을 조사했다.
김나래 이경원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