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추석 연휴 내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광화문 1인 시위를 벌이며 수도권 민심 잡기에 나섰다. 반(反)조국 여론을 등에 업고 지지율이 낮은 수도권과 20, 30대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태극기부대 등 극우 성격의 단체가 모여들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당 지도부는 15일 국회에서 추석 민심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황교안 대표는 “국민은 이제 문재인 대통령을 의심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를 덮기 위해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세운 게 아니냐”며 “문 대통령은 정신 차려라. 만약 이 정권의 문제가 나온다면 대통령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에게 법무부 장관이라는 이름을 도저히 붙일 수 없다. 조국이 가야 할 곳은 법무부가 아닌 조사실”이라고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당은 2030세대와 중도층의 지지를 의식한 듯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앞세웠다. 신보라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권은 청년들의 땀과 눈물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자유, 정의, 공정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고,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민생은 공정이다. 공정은 민생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한국당의 의도와 달리 집회에 모여드는 지지층이 태극기부대 등 극우 성격을 띠고 있어 중도 확장이라는 기존 목적과 정반대 효과가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국민보고대회 현장에는 ‘애국시민’과 당원으로 불리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구국동지회, 애국회 등이 적힌 깃발 사이에는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가 있었다. 앞서 황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역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류여해 전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외쳐 달라”며 황 대표에게 무릎 꿇고 절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을 반대할 때는 ‘조국 반대’에만 집중해야지 여기에 이념적 색깔을 더하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그만큼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집회에서는 이념이 개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보수도 나가서 촛불을 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임명을 지켜보기만 한 책임을 원내 지도부에 물어야 한다는 당내 지적도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과오를 인정하고 내려오는 것이 책임정치를 실현하고 야당을 살리는 길”이라며 나경원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민경욱 의원이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꿔서는 안 된다. 책임은 좀 더 있다가 물어도 된다”며 “지금 분열을 꾀하는 자는 적이다. 내부 총질도 금물”이라고 반발하자 홍 전 대표는 “내부 충고를 적이라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한참 오버한 것”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당장 나 원내대표 교체론을 들고 나오는 것이 시기상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한 의원은 “지금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당력을 다 모아 조국 사퇴를 이끌어야지 원내대표를 바꾼다, 안 바꾼다로 초점이 흐려지면 안 된다”며 “홍 전 대표의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당장 체제 변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