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는 나라다. 이미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올해 14.9%로 유엔이 정한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2025년쯤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에 따른 복지 분야의 의무 지출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3년 복지 분야 의무지출은 150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안을 합친 올해 지출(107조2000억원)보다 43조원 증가한 규모다. 저소득층의 생계유지를 위한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노인 기초연금, 건강보험 및 공적연금 지원 등이 모두 의무지출에 포함된다. 의무지출은 재량지출과 달리 경제 상황에 따라 지출 규모를 축소하기도 어렵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복지 분야 의무지출 총규모도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복지 분야 의무지출이 내년에 120조2000억원, 2021년에 130조5000억원, 2022년 140조7000억원을 거쳐 2023년에는 150조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연평균 8.9%씩 상승하는 셈이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 운영지원 등 노인 부문 지출의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매월 지급하는 기초연금 지출은 올해 11조4952억원에서 4년 뒤 17조594억원으로 48.4% 늘어난다.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장기요양보험을 지원하는 예산도 올해 8912억원에서 2023년에는 1조8198억원으로 2배 이상 뛴다. 이들을 합친 노인 부문 의무지출만 연평균 11.1% 오른다.
건강보험 관련 지출도 연평균 9.8%로 가파른 증가세다. 올해 8조7130억원 규모의 건보 의무지출은 4년 뒤 12조6850억원이 된다. 복지 분야 의무지출 중 가장 파이가 큰 것은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4대 공적연금 의무지출이다. 올해 46조6701억원에서 2023년 69조838억원으로 연평균 10.8% 증가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9~205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속도대로 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2050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38.5%로 추산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복지 분야 의무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0%인 347조7000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 특히 연금 수급자가 많아지면서 4대 공적연금 관련 지출도 225조8000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복지 분야 의무지출에서 공적연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43.7%에서 2050년에는 64.9%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의 고정 지출 증가로 국민의 세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1인당 세 부담액은 749만9000원으로 올해(740만1000원)보다 9만8000원 증가할 전망이다. 1인당 세 부담액은 국세와 지방세 수입 합계를 추계인구수(5178만명·중위추계 기준)로 나눠 산출한다. 4년 뒤에는 1인당 세 부담액이 853만1000원으로 올해보다 110만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