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에 관한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 여부가 이달 하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결정할 전망이다. 또 오는 22~26일 사이에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도 북·미 실무협상 개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북한이 지난 9일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내보이라고 한 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로 협상 의지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뜻”이라며 “미국의 대북 입장 변화 여부가 실무협상 개최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보인 유화적 제스처는 분명 북한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볼턴 경질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의 ‘리비아 모델’ 발언이 “큰 잘못”이라고 언급했다.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이 골자인 리비아 비핵화 모델은 그동안 북한이 강력히 반발해 온 방안이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경질 전날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도 시사했다. 북한 입장에선 희소식이다.
북한도 이번 실무협상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북한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2일 “조·미(북·미) 실무협상은 수뇌회담(정상회담)에서 수표(서명)하게 될 합의문에 담아내는 내용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무협상이 결렬되면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며 “미국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2020년, 조선(북한)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협상 시한을 올 연말까지로 내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위한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두 정상이 결국 섣부른 합의, 빅딜 대신 스몰딜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무협상 개최 시기는 오는 23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전시 증원연습이 포함된 미·일 합동군사훈련이 23일까지 계속되는데, 북한 입장에선 이 기간에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개최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승욱 손재호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