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한·미 정상회담, 비핵화 협상 탄력받나

입력 2019-09-16 04:04

문재인(사진) 대통령이 제74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오는 22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방미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초 유엔총회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총회를 2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아홉 번째 한·미 정상회담도 성사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한·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생겼고, 한반도 비핵화 일정을 조율하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가 최근 서로를 향해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커졌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13일 유엔총회 참석을 발표하면서 “최근 나오는 북·미 간 일련의 발언들을 보면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어느 시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느 시점엔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앞서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이달 하순 북·미 대화 의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북한이 꺼리는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조속한 실무 논의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북 제재 완화나 북한 체제안전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방위비 대폭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의 동맹들이 적들보다 우리를 훨씬 더 많이 이용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을 거론한 바 있다.

이번 유엔총회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한 이후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첫 다자외교 자리다. 이에 따라 한·일 혹은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나왔지만 불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이 굉장히 어렵게 잡혔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유엔총회가 아니라도 일본과 만날 기회가 많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자유로운 다자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총회 기간 유엔에서 모두 네 차례 연설을 할 예정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