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단거리 이동 수단 전동킥보드 시장 달군다

입력 2019-09-15 20:07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가 앞다퉈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년 공유의 날’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인 ‘킥고잉’을 시연하는 모습. 뉴시스

‘걸어가기엔 멀고 차를 타기엔 가까운 거리’. 단거리 이동 구간에 IT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를 중심으로 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시장도 급격히 커지는 모양새다. 편의성과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마지막 1마일’(약 1.6㎞)을 이동할 수 있는 장점으로 대중적인 인기도 높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 앤드 컴퍼니는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오는 2030년 시장 규모가 5000억 달러(약 60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 강국’의 명성에 걸맞게 국내에서도 관련 업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GPS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길거리에서 대여와 반납이 이루어지는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확장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신생 업체 수십 곳이 생겨나는 것은 물론 대기업과 해외 기업까지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연말까지 국내에 전동킥보드 3~4만대가 새로 공급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인기의 비결은 간단하다. 이용방법이 쉽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QR 코드를 찍으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반납은 QR 코드를 다시 찍고 적당한 곳에 세워두기만 하면 된다. GPS 정보를 기반으로 앱을 통해 킥보드의 위치를 표시하기 때문에 다음 사용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10분 사용 기준, 2000~3000원 수준에 불과한 저렴한 사용료도 강점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유 전동킥보드 시장의 문을 연 곳은 국내 스타트업 ‘올룰로’다. 지난해 9월 서비스 ‘킥고잉’을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3000여대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피유엠피, 더스윙, 매스아시아, 일레클 등이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수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 해외 업체들도 국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싱가포르계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기업인 ‘빔모빌리티’가 지난달 한국 시장 진출을 알렸고, 기업 가치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인정받은 미국의 ‘라임’도 이르면 이달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독일 윈드는 부산에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의 합류도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는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제트(ZET)’를 지난달 선보였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킥보드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통신사인 LG유플러스와 협업을 통해 제주에서 테스트를 마쳤다. 현재는 구로 가산디지털단지와 혜화역 부근에서 전동킥보드 80여대를 운영하면서 이동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토탈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기업와 대기업의 공세에 기존 업체들은 규모를 키우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 ‘고고씽’ 운영사인 매스아시아는 최근 대전의 스타트업 ‘알파카’를 인수 합병했다. 600대 규모의 전동킥보드를 운영하는 ‘스윙’(SWING)도 경쟁 업체인 ‘라이드’(RYDE)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피유엠피는 운영 대수를 대폭 늘려 3000대의 전동킥보드를 운영할 계획이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일종의 사업공동체를 구성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전동킥보드 위치를 통합 제공하고, 각 사의 전동킥보드를 하나의 수거업체가 모두 담당해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서다.

초창기 IT 개발인력이 많은 판교 등지에서 서비스 사업을 벌이던 업체들은 서울로도 본격 진출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는 따릉이, 고고씽, 카카오 T바이크 등 10여개 사업자가 진출해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