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反조국 야권 연대 하자”… 손학규 찾아가 협력 요청

입력 2019-09-11 04:05
손학규(왼쪽) 바른미래당 대표가 10일 예고 없이 국회 대표실로 찾아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맞고 있다. 황 대표는 ‘반(反)조국 야권 연대’를 제안했고, 손 대표는 “논의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청와대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맞서 야권 연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수 통합에 앞서 반(反)조국을 연결고리로 야권의 결속력을 높여 통합 불씨를 지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바른미래당이 ‘반조국’과 ‘보수 통합’ 사이에 선을 긋고 있어 황 대표의 구상이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임명 폭거를 통해 국민과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야당을 밟고 올라 독재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이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려면 결국 자유민주의 가치 아래 모든 세력이 함께 일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한다”며 “뜻을 같이하는 야권과 재야 시민사회단체, 자유 시민들이 힘을 합쳐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예정에도 없던 ‘깜짝 만남’을 갖기도 했다. 황 대표는 5분여간의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을 만나 “조국 문제에 있어 뜻을 같이하는 정당끼리 힘을 합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손 대표에게 말했다”며 “큰 방향에 대해 논의했고 앞으로 추가적인 논의를 더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야권 연대 제안은 추후 있을 보수 통합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황 대표는 지난달 당 연찬회에서 “9월이 되면 자유 우파의 대통합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말씀드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달 중으로 통합 담론을 제시하겠다는 황 대표 입장에서는 반조국을 기치로 모처럼 야권이 공동 전선을 구축한 지금이 통합 분위기를 띄우는 데 유리하다. 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비전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황 대표가 야권 통합을 위한 행동에 착수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조국을 매개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공조도 긴밀해지는 모양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를 함께 추진하는 데 뜻을 모았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임명에 반대했던 세력들을 해임건의안을 통해 다시 묶어내기로 했다. 국정조사도 같이 추진한다”며 “반조국 연대를 공고히 해 해임건의안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조국 임명을 철회하고 이를 원점으로 돌리는 일이라면 어떤 정당과도 협조할 수 있다”며 “(한국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생각이 같다면 합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유 의원은 “한국당을 겨냥해 “보수가 자유만 외치고 온 국민이 원했던 정의와 공정, 평등에 대해 진보세력의 전유물인 양 등한시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 낡은 보수를 깨트리고 새로운 보수를 세울 수 있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10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장관 임명에 반발하는 야권의 장외 투쟁은 이날도 계속됐다. 한국당은 서울 신촌과 왕십리 등 대학가에서 문재인정부 규탄대회를, 바른미래당은 청와대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지난 4월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조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