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회장직 사임일 뿐 완전 은퇴는 아니다”

입력 2019-09-10 20:24 수정 2019-09-10 23:51
사진=AFP연합뉴스

중국 정보통신(IT) 업계의 ‘작은 거인(小巨人)’ 마윈(사진) 알리바바 회장이 10일 공식 은퇴했다. 이날은 알리바바를 창립한 지 20년 되는 날이자 그의 55번째 생일이었다. 알리바바의 현 시가총액은 4600억 달러(약 549조원)에 달한다. 마 회장과 가족들의 재산은 390억 달러(약 47조원)로 중국 최고 부자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마윈은 이날 오후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장융 현 최고경영자(CEO)가 알리바바 이사국 의장직을 이어받았다.

대형 야외 스타디움을 통째로 빌려 열린 이번 행사에는 알리바바 임직원 수만명이 참석했고 불꽃놀이와 유명 연예인들의 축하 공연까지 곁들여졌다. 마윈은 “오늘은 마윈이 은퇴하는 날이 아니라 제도화된 승계가 시작되는 날로서 이는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의 성공”이라며 “오늘날의 우리가 있게 해 준 알리바바와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떠나 교육 중심의 자선사업 분야에서 인생 2막에 도전하기로 했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 회장직에서 물러나지만 2020년까지 알리바바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아있는데다 알리바바 지분 6.4%를 보유한 대주주로 경영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윈은 20년 전 항저우의 한 아파트에서 동료들과 함께 자본금 50만 위안(약 8300만원)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항저우사범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영어강사를 하면서 조그만 통역회사를 차렸는데 구글에 자신의 회사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가 인터넷의 위력에 눈을 떴다. 두 시간여 만에 세계 각국 기업에서 메일이 오자 인터넷 세상을 직감한 것이다.

‘차이나옐로페이지’라는 중국 최초의 인터넷 회사를 설립했다가 실패하고, 1999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세웠다. 자금난을 겪었으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에게서 20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뒤 승승장구했다.

마윈은 중국에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자 2003년 기업 대 소비자(B2C) 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를 설립했다. 마윈은 거래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적극적인 공략으로 당시 중국 시장의 90%를 장악했던 이베이를 압박했다. 그는 “이베이가 대양의 상어라면 나는 장강의 악어”라며 덤볐다. 2004년 내놓은 전자결제 플랫폼인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가 ‘결제 혁명’을 일으켰고 이베이는 2007년 철수했다.

알리바바는 2014년 미국 증시에 상장되면서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도약했다. 알리바바의 임직원은 지난 3월 말 현재 10만1958명에 달한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매출액은 3453억 위안(57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마윈은 “똑똑한 사람들은 그들을 이끌어줄 바보를 필요로 한다. 과학자들로만 이뤄진 무리가 있다면 농민이 길을 이끄는 게 최선”이라는 말로 자신의 리더십을 설명했다. 그는 외부에서 발탁한 장융 CEO를 자신의 후계자로 발탁했다. 2015년 CEO에 임명된 장융은 11월 11일 ‘독신자의 날’ 이벤트를 통해 하루 매출액 28조원 이상을 올리는 능력을 보여줬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