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잘하는 것 없이 빌빌거리니까 부모님은 태권도, 피아노, 미술, 기타 학원을 보내셨다. 태권도는 급소를 맞고 피아노는 음표 그리기가 짜증 나서 그만두었고 다른 학원은 등록만 하고 나가지 않았다. 부모님께 혼났지만 다 귀찮았다. 초등학교 때 축구도, 게임도 재미없었고 중·고 시절에는 귀찮아 공부도 대충대충 했다. 여학생도 연예인도, 심지어 친구들이 보는 야한 영상에도 관심이 없는 감각 없는 사람으로 마음마저 굳어졌다.
대학 진학도 마찬가지였다. 보다 못한 누나가 알아서 원서를 넣어 운 좋게 4년제 국립대학에 합격했다. 자취방을 구하던 중 한마음교회 기숙사 전단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 형들이 예수님 이야기를 늘 해주었지만 관심도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건성으로 ‘그렇군요. 좋습니다’라는 대답만 반복했고 ‘오늘 예배에 뭐가 좋았어?’라고 해도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아요’ 했다. “네가 4년제 국립대에 올 정도면 바보는 아닌데 매번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냐? 역사에도 기록된 예수님을 왜 못 믿어?” 형들은 답답해했지만 진짜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여름 수련회에 참가하며 1년이 지났지만 내 신앙은 똑같았다.
예배에 가면 하품만 나오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형들은 기쁘게 사는데 나는 왜 이럴까? 왜 아무것도 믿어지지 않지?’ 드디어 고민을 형들에게 얘기했고 형들은 나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어느 예배 때 예수님이 처참하게 고문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는 영상을 보고 ‘예수님은 나를 위해 저렇게 처참히 죽으셨는데 나는 감각 없이 너무 한심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한 말씀이 딱 마음에 꽂혔다.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도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하지 못하였다는 말씀을 보는 순간 ‘아! 하나님이 이 땅에 사람으로 오신 이유가 있었구나, 그래서 부활하셨구나!’ 처음으로 뜨거운 감격이 몰려왔다. 믿지 않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케 해 복음의 광채를 가리는 마귀가 진짜 있음도 그때 알았다. 빛이 어두움에 비치되 어두움이 깨닫지 못했다는 말씀은 바로 내게 하신 말씀이었다.
드디어 말씀이 들렸다. 도마가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자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믿었듯이 부활하신 예수님이 내 앞에 실제로 나타나신 것 같았다. ‘아! 예수님이 하나님이구나. 믿음의 증거는 바로 부활이구나.’ 성령께서 드디어 역사하셨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증거를 주신 것이 정확히 인지됐다. 온몸이 떨렸다. “하나님, 제가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회개합니다. 예수님은 나의 주인이시며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드디어 나는 회개하고 예수님을 마음에 주인으로 모셨다.
감사와 기쁨이 온몸을 감싸며 길을 가다가 십자가만 보여도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믿지 않는 영혼들에 대해 뜨거움이 부어지며 바로 복음을 들고 대학에 들어갔다. 나처럼 나무토막처럼 딱딱한 친구도 결국 주님 앞에 굴복해 지금 함께 교회에 나오며 부활의 증인이 됐고 대학 불교 동아리 회장도 예수님을 영접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적장애 아이에게도 복음을 전해 예수님을 만나게 했고 같이 근무했던 공익들에도 반복적으로 복음을 전해 나보다 더 혼미했던 친구도 예수님을 영접하고 지금 함께 예배를 드린다.
예수님을 몰랐다면 지금쯤 인생 비관론자나 무기력증 환자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정말 아찔하다. 꿈도 목표도 열정도 없이 감각 없는 병든 닭 같던 나를 독수리 같은 자로 변하게 해 주신 하나님이 너무 감사하다.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군사답게 복음으로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앞장서 달려갈 것이다.
최호진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