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와 최태식 웰스씨앤티 대표가 사모펀드 관련 여러 의혹과 관련해 “조 후보자가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걱정하며 “‘조씨 아저씨’한테 해가 안 가야 한다”는 등의 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조 장관의 ‘가족 사모펀드’ 주변 투자회사들에 대한 의혹 제기가 본격화하던 시점이었다. 이들은 조 장관 일가 사모펀드의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웰스씨앤티, 익성 등을 둘러싼 일부 자금 흐름의 성격에 대해 말을 맞추려 시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씨와 최 대표 간의 이 같은 전화통화 내용을 확보하고 사모펀드 관련 의혹 수사를 계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둘의 통화는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기 직전인 지난달 25일쯤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조씨는 도피성 출국을 한 상태다.
검찰은 특히 코링크PE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조씨가 최 대표와 연락해 조 장관 측의 대응 방안을 말한 대목을 유심히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조 후보자 측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데 어떻게 얘길 할 거냐면, ‘내가 그 업체(웰스씨앤티)에서 돈을 썼는지, 빌렸는지, 대여했는지 어떻게 아냐, 모른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조씨는 최 대표에게 “내 통장을 확인해 봐라. 여기 들어온 게 조국이든 정경심(조 장관의 아내)이든 누구든 간에 가족 관계자한테 입금되거나 돈이 들어온 게 있는지 없는지 그거만 팩트를 봐 달라”고도 했다.
당시 야당에서는 코링크PE가 이번 정부 들어 유망한 것으로 꼽혀온 2차전지 등 신성장동력 관련 사업에 집중투자했고, 조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영향력 여부를 살펴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조 장관 가족의 코링크PE 사모펀드 투자를 소개했던 조씨는 “이게 전부 다 이해충돌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조 장관 일가의 투자금이 결국 코링크PE의 웰스씨앤티 투자에 쓰인 점, 조씨가 과거 ‘익성’의 대표 이모 회장 측에게 제대로 계약서를 쓰지 않고 대여한 수억원이 있다는 점 등이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었다. 최 대표는 “(조씨가) 익성 회장에게 7억3000만원을 주지 않았느냐”며 “그러면 돈을 빌려주고 언제까지 갚으려 했는데 어려워서 못 갚았다는 계약서만 하나 만들어 놓으면 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코링크PE의 이상훈 대표,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 등을 거명하며 자금 대여 경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했다. 최 대표는 조씨와의 대화 도중 답답한 심정을 표출했다. 그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조국 선생님 때문에 왜 이 낭패를 당하느냐”며 “그래도 조 대표와의 관계가 있어 내가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같은 식구라는 뜻에서 이 작업을 하는데 자꾸 어려워진다” “명분이 없다”고도 토로했다.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모펀드에 대해 잘 모른다” “어디에 투자하는지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코링크PE와 연관된 더블유에프엠에서 자문료 1400만원을 받은 사실 등이 드러나며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한 최 대표의 자택을 이날 압수수색했다. 익성의 이 회장 등도 소환조사한 상태다. 검찰은 또 조 장관 동생의 전처 조모씨의 부산 해운대구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