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땅에서 쏟는 땀, 안전한 하늘길 연다

입력 2019-09-10 19:46 수정 2019-09-10 19:50
지난 4일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한 제주항공 HL8234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제주항공 자회사 제이에이에스(JAS) 소속 지상조업 직원의 지시에 따라 계류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은 수신호로 기장에게 운전 방향을 지시한다. ‘마샬링(marshalling)’이라 불리는 미리 약속된 방법으로 손이나 유도봉으로 기장과 소통을 한다. 조업사 직원들은 비행기가 도착하면 승객과 수화물 운송을 지원하고 상태를 점검해 다시 목적지로 날아갈 수 있게 전반적인 업무를 책임진다.

제주도에서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가는 비행기 안. 출발을 기다리다가 창문 밖을 보니 활주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반가운 인사다. 여행의 마지막을 배웅 받는 느낌이었다.

비행기 앞 타이어 마모 상태를 확인한 정비사가 새로운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상조업사 직원들의 주된 업무 중 하나인 수화물 운송. 조업사 직원들은 캐리어의 한계용량보다 짐을 많이 넣으면 운항 중 짐칸에서 터지거나 바퀴 등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적당량의 짐을 실으라고 조언한다.

지상조업. 그 명칭은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누구나 한 번씩은 목격한 직업이다. 조업사 직원들은 비행기가 이착륙하는데 필요한 업무들을 도맡아 한다. 수화물 운송과 탑재, 급유, 비행기 점검, 램프(계류장)로 비행기를 안내하고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조업 업무의 경우 1달간 안전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며, 160시간 현장교육 이수 후에 수화물 차량 등 장비 운용이 가능하다. 계류장에 출입하려면 테러 등의 위험에 대비해 신원조회가 필수이고 외국인은 해당 업무가 제한된다.

램프에 있던 비행기가 다시 활주로로 나가기 위해 토잉카와 연결된 모습. 출발을 기다리던 JAS 직원들이 브릿지(게이트와 비행기 입구 연결 통로)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국내선 기준 1대의 비행기가 다음 운항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평균 15분 내외다. 계류장으로 들어온 비행기는 승객과 수화물을 내린 뒤, 전반적인 점검과 급유가 이뤄진다. 이후 다음 목적지를 향한 승객 탑승과 수화물 탑재를 한다. 마지막으로 활주로의 방향으로 비행기를 밀어놓으면 출발 준비 완료다. JAS 김형균 사원은 “승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 때 보람을 느낀다”며 “안전하면서도 짧은 시간 내 철두철미한 출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비사가 승객의 안전을 위해 비행기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새가 와서 부딪히지는 않았는지 없던 스크래치가 생기진 않았는지 확인한다. 똑같은 검사라고 대충 보고 넘어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JAS 직원들이 비행기의 이륙 준비를 마치고 승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조업 업무는 유달리 날씨에 민감하다. 여름이면 가마솥 활주로의 온도와 비행기 엔진에서 나오는 열이 가세해 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겨울이면 폭설이 문제다. 날개에 쌓인 눈을 빨리 치워야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다. JSA 램프파트 박찬호 대리는 “이러한 환경에서 저희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정시에 비행기를 보내는 일이다”고 전했다. 매년 공항 이용객수가 늘어나고 항공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이를 도와주는 지상조업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사진·글=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