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제주 남단 새 항공로 협상에 즉각 응하라”

입력 2019-09-11 04:08

제주도 남단 위에 있는 ‘하늘 길’(항공회랑)을 두고 한국과 일본이 맞서고 있다. 정부는 한국에 관제권이 없는 ‘제주남단 항공회랑’ 대신 새로운 항공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이 협의를 거부하자 강력 항의하고 나섰다. 항공회랑은 중국 상하이에서 제주도 남단을 통과해 일본 후쿠에섬으로 연결된다. 36년 동안 중국과 일본에만 관제권이 있어 항공기 충돌 등의 우려가 높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남단 항공회랑의 안전 확보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대화와 협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항공회랑은 항공로 설정이 곤란할 경우 특정 고도로만 비행하는 구역을 말한다. 중국과 일본의 직항로인 제주남단 항공회랑은 한국 비행정보구역(FIR) 안에 위치한다. 그런데도 한쪽은 중국 상하이 관제소에서, 다른 한쪽은 일본 후쿠오카 관제소에서 관제권을 갖고 있다. 과거 외교 단절 시기에 중국이 한국과의 관제기관 교신 등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남단 항공회랑의 안전확보를 위한 협의에 일본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응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항공회랑에는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880대의 항공기가 다니고 있다. 한국이 관제권을 가진 동남아시아행(行) 항공로까지 교차하면서 안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측은 대안 마련 필요성에 공감한다. 한국은 대안으로 제주지역을 경유하는 한·중·일 연결 신항공로 신설을 제안한 상태다. 신항공로가 현재 제주남단 항공회랑 수요의 약 70%를 소화할 수 있다. 신항공로는 한국이 관제권을 갖고, 특정 고도 제한도 없는 정상 항공로다.

관건은 일본이다. 항공기 안전 문제는 특히 후쿠오카 관제소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일본은 한국 정부의 협의 요청에 답변을 피하고 있다. 세 차례(7월 12일, 8월 2일, 8월 29일) 협조 서한과 주일 공관을 통한 요청, 한·일 고위급 회담 개최도 거부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신항공로 개설을 반대한다. 대신 기존 항공회랑체계 아래 복선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관제권을 가진 제주남단 항공회랑 안에 노선을 더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항공로 교차 지점이 더 늘어나 안전 문제가 심각해진다. 일본은 신항공로가 30마일(약 48㎞) 정도 경로가 길어진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일본은 현행 항공회랑 유지 입장과 함께 혼잡도, 위험을 가중시키는 기존 항공회랑 복선화를 통보했다”며 “전향적 자세로 즉각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