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서 타격

입력 2019-09-10 04:08
시의회 선거가 치러진 모스크바 시내 투표소에서 8일 한표를 행사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통합러시아당)이 8일(현지시간) 실시된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서 기존 의석의 3분의 1을 상실했다. 수년간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터지고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RIA통신은 9일 통합러시아당이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 45석 중 25석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과반은 넘겼으나 본래 가지고 있던 의석수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든 수치다. 2014년 선거에서는 통합러시아당 소속 후보가 28석, 여당을 지지하는 무소속 후보가 10석을 차지해 모두 38석이 푸틴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었다. 야당인 러시아공산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존 5석에서 13석으로 배 이상 의석이 늘었고, 나머지 7개 의석도 반정부 성향인 야블로코당과 공정러시아당이 각각 4곳, 3곳씩 차지했다.

러시아 16개 주의 주정부 수장과 13개 주의 지역의회 의원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은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나머지 15개 주에서 주정부 수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수도인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가 러시아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정치적 풍향계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모스크바에서의 부진은 타격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2021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부진하면서 푸틴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반(反)푸틴 야권운동의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43)는 이번 선거를 푸틴과 그를 지지하는 통합러시아당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묘사하며 야권의 전략 투표를 유도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지난 7월 말부터 매주 주말 공정선거 촉구 시위가 이어졌다. 지방선거 후보 등록 과정에서 러시아 선거 당국이 야당 정치인을 체포하고 30여명에 달하는 야당 후보를 서류 미흡 등의 구실로 실격 처리했기 때문이다.

푸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도 민심 이반의 원인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남성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0세로 정년 연령을 높이는 연금법 개혁안에 서명해 여론의 반발을 샀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뒤 서방의 제재와 유가 폭락으로 저성장 늪에 빠진 것도 민심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