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붙은 잠재성장률 하락세… 경제 기초체력 갈수록 부실

입력 2019-09-10 04:09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빠르게 저하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주력 산업의 성장세는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커진 대외 불확실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더 내리누른다.

한국은행 조사국 권지호 김도완 지정구 과장과 김건 노경서 조사역은 9일 보고서를 내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기존 전망보다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5년 단위로 새롭게 산출한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에서 2011~2015년 3.0~3.4%로 내린 데 이어 2016~2020년 2.7~2.8%까지 떨어진다.

2001~2005년과 2006~2010년 잠재성장률은 각각 4.8~5.2%, 3.7~3.9%였던 기존 추정치보다 상향 조정된 반면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은 2017년 8월에 제시된 2.8~2.9%에서 0.1% 포인트 낮아졌다. 2011~2015년은 기존 추정치를 유지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사실상 턱걸이 수준(3.1%)이었다. 2001~2005년과 2006~2010년의 실제 성장률은 각각 5.0%, 4.3%였다.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은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2.5~2.6%로 추산됐다. 권 과장 등은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이 2016~2020년 평균보다 0.2% 포인트가량 낮은 것은 성장률의 추세 하락이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락의 원인으로 총요소생산성 개선세의 정체, 노동·자본 투입 증가세 둔화를 지목하면서 앞으로 잠재성장률은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격한 생산연령인구 감소, 주력 산업 성숙화,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른 추세적 투자 부진은 잠재성장률을 더 끌어내린다고 판단했다. 권 과장 등은 “노동투입 기여도는 2016년 이후 빠르게 하락했다”며 “15세 이상 인구의 증가세 둔화가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0.7~0.8% 포인트를 차지했던 15세 이상 인구의 성장률 기여도는 2016년 이후 0.4% 포인트로 반 토막이 났다. 노동의 질이 성장률에 기여하는 몫도 2001~2010년 0.7% 포인트에서 2016년 이후 0.4% 포인트로 꺾였다.

자본투입의 성장률 기여도는 2001~2005년 2.1% 포인트에서 2019~2020년 1.2% 포인트로 축소됐다. 한은 조사국은 “(자본투입 기여도의 큰 폭 둔화는) 우리 경제가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투자 둔화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글로벌 성장 모멘텀(탄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무조건적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한국 경제는 당분간 실제 GDP가 잠재 GDP를 밑도는 상황에 처한다고 진단했다. 조사국은 “지난해 중에 제로수준에 근접했던 GDP갭률(실제 GDP와 잠재 GDP의 격차)은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당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며 “2020년에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GDP갭률은 현재의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은이 지난 7월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2%로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0.3~0.4% 포인트 밑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