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발탁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 절반의 반대를 정치적 부담으로 떠안으면서까지 문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사법개혁의 구체적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핵심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법제화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과거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시절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온 정치검찰을 비판해 왔다. 특히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며 검찰의 권한 분산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이를 위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은 경찰에, 기소권은 검찰에 주자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경찰 수사의 한계가 예상되는 만큼 완전 정착 전까지 보완책으로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는 독립적인 기구인 공수처를 두자는 구상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제도적 개혁 없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다 실패한 것을 뼈아프게 생각한 문 대통령은 2017년부터 청와대 주도로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논의를 거쳐 마련된 정부안은 국회로 넘어왔고, 지난 4월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법안 중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에 명시된 내용을 보면 경찰에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이라는 독자적 수사권이 부여된다. 검사의 직접 수사는 필요 분야로 한정시켰다. 하지만 조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지적했듯 가장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검찰의 특별수사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공수처 설치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여당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안이 복수로 올라와 있다. 여당안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공수처는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과 중앙정부기관의 정무직 공무원,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검찰총장과 판검사, 경무관 이상의 경찰공무원과 장성급 장교 등 고위 공직자 7000여명과 그 가족을 모두 수사할 수 있다. 다만 기소 대상은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찰공무원으로 한정된다.
실현될 경우 검찰의 수사권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특별수사권 조정 없이, 즉 검찰 특수부를 남겨둔 채 공수처까지 생기면서 대통령이 좌지우지할 막강한 권력기관이 두 개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이 지난달 31일로 끝나면서 관련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이 법사위 위원장을 맡고 있어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