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절반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사법 개혁을 위해 국민 다수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리면서 공정과 정의를 내걸었던 현 정부에 실망한 2030세대와 중도층의 지지층 이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9월 첫째주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6.3%로 부정평가(49.9%)를 밑돌았다. 3주째 부정 여론이 더 높다.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찬반 여론(찬성 45.0%, 반대 51.8%)과 대통령 지지율이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조 장관 딸의 동양대 표창장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의 2차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 3일 이후에는 일간 지지율이 45% 밑으로 급락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로 많은 청년들의 공감을 샀다. 2016년 정유라 사태에서 시작된 청년세대의 촛불과 현 정부의 국정철학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하며 청년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던 문 대통령이 조 장관 딸 입시 관련 의혹에 명확한 해명 없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청년층의 배신감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청년들이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공정성 문제 때문”이라며 “조 장관 딸 문제도 비슷한 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도층이 검찰 수사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에 대한 긍정 여론이 더 높은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로 지난 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 포인트)한 결과 조 후보자 관련 검찰 수사가 ‘원칙에 따른 적절한 수사’라는 응답이 52.4%였다. ‘검찰 개혁을 막으려는 조직적 저항’이라는 응답은 39.5%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은 8.1%였다. 연일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있는 여권과 달리 여론은 수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향후 입시제 개편과 공정사회 구축 정책을 통해 청년층과 중도파의 마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선 교육비서관실과 청년소통정책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청년층과 중도파를 만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조 장관 임명 뒤 열린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이번 청문 과정에서 나온 국민들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개혁에 나서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주변에서는 여권이 향후 청년층과 중도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입시제도 개혁안 등에서 파격적인 안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은 아울러 추석 연휴 기간에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 등을 통해 최대한 여론을 반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