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위한 ‘비과세 종합저축’ 부자들 배만 불렸다

입력 2019-09-10 04:11

비과세종합저축 과세특례 제도의 혜택이 주로 고액자산가나 고소득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연간 3200억원을 들여 지원해온 제도가 ‘취약계층의 자산형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잃고 있는 것이다. 비과세 종합저축 과세특례는 만 65세 이상 노인 혹은 장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생계형 저축에 한해 1인당 5000만원까지 이자·배당소득 과세를 면제하는 제도다.

기획재정부가 9일 국회에 보고한 ‘2019 조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비과세종합저축계좌 가입자는 427만명(계좌 수 804만개)에 이른다. 하지만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가입자 가운데 금융소득 기준 상위 30%가 비과세종합저축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의 91%를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가 차지한 금융소득만 전체 37%에 달했다.

특히 9억7600만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중 62.5%가 비과세종합저축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는 만큼 조세지출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으로 부자들 배를 불려주는 셈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노인과 장애인 가운데 고소득층의 비과세종합저축 가입률이 높아서다. 기재부에 따르면 금융소득 하위 50%의 비과세종합저축 가입률은 평균 3%에 불과하다. 반면 상위 50%의 가입률은 69%에 이른다.

다만 정부는 비과세종합저축 조세특례가 취약계층의 재산형성을 지원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보고 조세특례를 1년 연장키로 했다.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과세특례지원 대상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제외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조세지출액을 1.31% 줄이고 비과세종합저축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기재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뿐 아니라 총급여 5000만원 초과 근로소득자, 종합소득 3500만원 초과 사업소득자도 과세특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산 형성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가진 사람까지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하면 현행보다 조세지출액을 3.14% 줄이고 비과세종합저축의 형평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