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단행할 개각에서 외교 결례로 경질설이 돌았던 고노 다로(사진) 외무상을 방위상에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對韓) 강경’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지난 8일 도쿄 사저에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대신(장관)과 약 1시간30분 동안 회동해 개각 및 당 임원 인사 등 향후 정권 운영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사는 임기 종료(2021년 9월)를 2년 앞둔 아베 총리가 개헌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만큼 현 정권의 골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아소 부총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정권의 ‘핵심 3인방’은 유임이 확실시된다.
이번 개각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경질설이 돌던 고노 외무상의 거취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고노 외무상을 방위상에 기용하는 방침을 검토 중이라고 잇따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고노 외무상에 대해) 한국인 징용공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엄격하게 제시한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며 “외무상에서 퇴임하더라도 방위상에 기용함으로써 한국 측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교도통신이 언급한 ‘잘못된 메시지’는 한·일 갈등 과정에서 잇단 외교적 결례 논란을 부른 고노 외무상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야권은 한·일 관계 악화에 고노 외무상 책임도 크다며 경질을 요구한 바 있다. 고노 외무상은 아베 총리 최측근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의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만약 고노 외무상이 실제로 방위상에 임명되면 한·일 관계가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은 지난해 12월 일본 초계기의 저공비행으로 발생한 한·일 군사 마찰 등과 관련해 비교적 유연한 대응을 주장해 왔다. 지난 6월 싱가포르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웃는 얼굴로 악수해 비난을 받았던 그는 일찌감치 경질이 예상됐다.
외무상 후임으로는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생상이 유력하다.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11)과 미·일 무역협상 등을 무리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당 총재 선거에서 자신이 속한 다케시타파 참의원들이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지지하기로 한 상황에서 중의원들을 아베 총리 쪽으로 결집시키는 수완을 발휘한 바 있다.
대한국 수출 규제를 주도한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자민당 요직인 참의원 간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세코 장관은 2012년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관방부장관, 경산상을 지내며 총리 최측근으로 여겨진다. 참의원 간사장은 중요 법안을 조정하는 일을 담당하는 만큼 아베 총리의 숙원인 개헌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아베 총리와 가까운 가토 가쓰노부 자민당 총무회장이 경산상으로 기용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새롭게 지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