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 사이영상 레이스는 지난달 초만 해도 1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류현진(LA 다저스)의 수상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후 4경기째 부진이 이어지면서 판도가 흔들렸다. 그렇다고 경쟁자들이 치고 나서지도 못했다.
사이영상 2연패를 노리는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은 승수가 8승으로 적다. 최근 두 번의 등판에서 14이닝 8실점을 내줬다. 다승 1위(16승)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내셔널스)는 평균자책점이 3.50으로 높은 편이다.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류현진처럼 최근 경기에서 잇달아 부진한 게 흠이다. 9일(한국시간) 워싱턴전에서도 6이닝 4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2.53에서 2.67로 높아졌다. 한때 류현진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맥스 슈어저(워싱턴)도 지난 7월 부상자명단에 오른 이후 최근까지 상승세가 주춤했다.
사이영상 후보자들이 하나같이 뒷걸음치는 가운데 슈어저가 다시 힘을 냈다. 슈어저는 9일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6이닝을 2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시즌 10승(5패)째를 챙겼다. 64일 만의 승리를 챙긴 슈어저는 2010년 이후 10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평균자책점은 2.56으로 낮추며 소로카를 제치고 류현진(2.45)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소로카와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것도 의미가 있다.
건강하면 빅리그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는 슈어저여서 류현진이 부진으로 휴식을 취하는 요즘 상승세를 탈 경우 사이영상 수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다만 류현진, 디그롬의 반등 가능성도 없지 않아 사이영상 경쟁은 마지막까지 치열해질 전망이다.
AL 사이영상 경쟁은 단순명료하다. 휴스턴의 원투펀치 저스틴 벌렌더(18승 5패 2.52)와 게릿 콜(16승 5패 2.73)이 다른 투수들이 범접하지 못할 정도의 뛰어난 구위로 수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벌렌더가 다소 앞선다는 평이지만 최근 콜의 기세도 무섭다. 이날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8이닝 1실점에 15개의 탈삼진을 잡는 괴력투를 펼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3경기 연속 14탈삼진 이상을 잡은 선수로 기록됐다. 후반기 7승 무패 평균자책점 2.13의 눈부신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