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에서 25년 만에 1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부상 여파로 8명만이 코트에 나선 가운데 이뤄낸 투혼의 승리였다.
한국은 8일 중국 광저우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중국 농구월드컵 순위결정전 마지막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에 80대 71로 이겼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1994년 캐나다 대회 순위결정전 마지막 경기에서 이집트에 76대 69로 이긴 뒤 처음이다. 1998년 그리스 대회와 오랜만에 본선에 진출한 2014년 스페인 대회에선 5전 전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승리는 쉽지 않았다. B조 조별리그에선 아르헨티나(69대 95), 러시아(73대 87), 나이지리아(66대 108)에 현격한 기량 차이를 보이며 3연패를 기록했다. 6일 열린 순위결정전 1차전에서도 중국과 접전을 펼쳤지만 73대 77로 석패했다. 월드컵 14연패 째였다.
팀 상황도 나빴다. 김종규와 이대성이 부상으로 중국전부터 나오지 못했고, 이번 대회 4경기 평균 10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활약한 이정현도 중국전 도중 발목이 꺾이며 전력에서 이탈했고 정효근도 부상으로 출전을 못했다. 엔트리 12명 중 4명이 코트에 서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1쿼터 초반 최준용의 블록슛에 이은 이승현의 득점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한 한국은 라인업의 모든 선수들이 득점에 고루 가담하며 18-14까지 앞섰다. 2쿼터에선 격차를 더 벌렸다. 라건아의 골밑 분전에 허훈의 잇단 3점슛이 터지며 전반을 50-30, 20점차로 리드한 채 끝냈다.
3쿼터까지 66-47 리드를 유지한 한국은 그러나 4쿼터에 위기를 맞았다. 코트디부아르의 강력한 전방 압박 수비에 선수들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코트디부아르는 한국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속공을 성공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경기 내내 잠잠하던 3점슛도 연달아 성공시키며 4쿼터 종료 1분 22초 전에는 7점차(78-71)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막판 역전 분위기가 감돌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수비를 펼치며 코트디부아르의 공격을 봉쇄했다. 라건아는 모하메드 코네의 골밑슛을 리바운드한 뒤 허훈에 연결했고, 허훈이 쐐기 득점을 올렸다.
라건아는 40분 동안 26점 16리바운드로 양팀 합쳐 최다 득점과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난 경기까지 출전시간이 적었던 허훈과 박찬희도 각각 16점 3어시스트, 14점 6어시스트로 분전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