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아프가니스탄 지도자들과 예정됐던 비밀회담을 취소하고,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협상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이 미군 1명을 포함해 12명을 사망하게 한 테러의 배후임을 인정했고 테러를 협상 지렛대로 이용하려 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탈레반 최고지도자들과 아프간 대통령이 일요일(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나와 비밀리에 회동할 예정이었다”며 “그들은 오늘 밤 미국으로 오는 중”이라고 비밀회동 계획 사실을 알렸다.
이어 “불행히도 그들은 잘못된 지렛대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훌륭한 군인 1명과 다른 사람 11명을 숨지게 한 카불에서의 (테러) 공격을 저질렀음을 인정했다”며 “나는 즉시 이 회동을 취소하고 평화협상도 중단했다(called off)”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테러는 지난 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의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미군과 루마니아군 각 1명과 민간인 10명이 사망했다.
앞서 미국과 탈레반은 18년째 이어진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평화협정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협상 중에도 각종 테러가 잦아 협상의 신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일에는 카불의 그린빌리지에서 탈레반이 연루된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16명이 숨지고 119명이 다쳤다. 미국의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특사가 아슈라프가니 아프간 대통령에게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정 초안이 타결돼 미군 5400명이 철수하게 됐다고 설명한 지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외신들은 탈레반이 향후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이 테러를 협상 지렛대로 이용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협상 지위를 강화하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느냐”며 “그들은 (지위를 강화)하지 못했고, 상황만 악화시켰다”고 분개했다. 이어 “매우 중요한 평화협상 기간에도 정전에 동의하지 않고 심지어 12명의 무고한 사람을 죽인다면 그들은 아마 의미 있는 합의를 할 권한도 없을 것”이라며 “그들은 수십년을 더 싸우길 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은 이달 내로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중단 선언으로 양측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협상 중단으로 미국은 인명과 재산을 더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