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의 8K TV는 8K가 아니다”며 품질 논란을 제기했다.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 부사장은 IFA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열린 테크브리핑에서 “경쟁사(삼성전자)의 8K TV는 우리가 의뢰한 국제조사기관에서 국제표준에 어긋나는 TV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진짜 8K’의 기준으로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의 기준을 제시했다. ICDM의 표준규격에 따르면 고선명·고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 8K TV는 픽셀 개수가 3300만개이고, 화질선명도(CM)가 50% 이상인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박 부사장은 “인터텍, VDE 등 검증기관에 양사 8K TV(75형 기준)의 품질 검사를 의뢰한 결과, LG 올레드 8K TV는 CM값이 90%, 삼성 QLED 8K TV는 12%였다”고 주장했다.
이정석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는 “삼성의 8K는 4K 수준의 TV라고 봐야 한다”며 “표준을 정하는 건 산업이 공생하자는 취지인데 눈속임이 횡행하면 혼란스러워진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LG전자는 전시공간에도 관람객들이 자사 8K TV와 삼성전자 TV의 화질을 현미경으로 비교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삼성전자 측은 LG전자가 불지핀 8K 논쟁에 크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 8K TV를 인증하는 표준이나 기관은 없어 LG전자 측의 주장은 ‘말 그대로 주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ICDM도 표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뿐 인증기관은 아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패널 업체에서 8K를 만들어내면 그게 8K고, 이를 어떻게 업스케일링(고화질 변환)할지는 제조사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LG전자가 경쟁사를 상대로 이처럼 높은 수위의 공격을 이어간 건 전례가 없다는 평가다. LG전자가 그동안 가져온 ‘품질 자부심’에 비해 실적이 나오지 않자 ‘품질 검증’ 전략을 취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의 추격에 대응하면서 일본의 샤프, 소니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 기업 간 싸움은 양측 모두에 소모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이번 박람회에서 TCL, 하이얼, 하이센스 등 중국 경쟁업체들은 8K TV를 전면에 전시했다.
하지만 중국의 본격적인 8K TV 시장 진출은 내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아직 제품을 시판할 정도의 기술력은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업체 가운데 일부는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채 ‘보여주기’ 식으로 8K TV를 전시하기도 했다. LG 패널을 사용해 조립만 한 TV를 자사의 8K TV로 소개하거나 육안으로도 화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제품도 몇몇 눈에 띄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가전 분야는 중국이 턱밑이 아니라 우리의 눈높이까지 올라왔지만 8K TV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베를린=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