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타문화권에 가서 복음을 전하며 건강하게 사역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장벽이 많다. 언어와 문화, 기독교를 적대시하는 종교와 정치, 재정과 건강 등이다. 그러나 많은 선교사들의 자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나서게 된다. 그들은 부모와 달리 부르심의 확신도 없이, 선교훈련도 받지 못한 채 말도 통하지 않고 얼굴색도 다르고 환경과 문화가 다른 낯선 땅에 던져진다.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부모도 잘 모르는 엄청난 고통과 불안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몽골 울란바토르 선교사 자녀학교(UBMK) 양종태 선교사는 “선교사자녀(Missionary Kid·MK)는 민족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하고 더러운 기독교인이라고 욕하는 통에 종교 문제로 인한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풍토병에 걸려 인생을 꽃피워 보지도 못한 채 10대 초반의 나이에 하나님의 품에 안기기도 한다. MK들의 문제는 고스란히 부모 선교사들의 아픔이 된다. 이는 선교사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기도 하고, 선교사역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했다.
MK들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가장 강력한 대안 중 하나는 ‘한국형 MK학교’를 설립하는 일이라고 한다.
양 선교사는 “언어는 사상과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인데 한국어가 서툴고, 한국역사와 문화를 모르는 MK들은 자칫 한국에도 속하지 못하고, 선교지에도 속하지 못하는 ‘국제미아’가 될 수도 있다”며 “그들에게 한국인으로서 언어와 역사와 문화를 배우게 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MK들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문화권에서 자라기에 ‘문화적 유연성’이 뛰어나고, 선교지에서 몸에 밴 ‘선교적 마인드’를 겸비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을 조금만 잘 도와주면 두세 개의 ‘다중언어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나는 하나님께서 구속역사에 사용하셨던 모세 다니엘 바울과 같이 MK들을 타문화권에 보내어 하나님 나라를 성취하기 위한 하나님의 사람들로 훈련하고 계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들은 1998년 선교사 콘퍼런스에서 한국어로 교육하고 신앙교육을 할 수 있는 ‘UBMK’를 설립하기로 결의하고 7명의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같은 해 9월 9일 개교했다. UBMK 비전은 ‘한국인의 긍지를 가지고, 세계무대에서 창의력 있게 활동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양육한다’이다.
이를 위해 한국 교과과정을 적용해 국어 역사 사회 과학 음악 미술 등의 국적 교육을 실행하고, 광복절 추석 한글날 등 한국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절기 교육을 행하고 있다. 특히 모든 교과목을 인본주의가 아닌 성경적 관점으로 교육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의 자연 영역과 문화의 영역을 철저히 하나님 중심적 관점으로 이해하고 살아가도록 교육하고 있다. 신앙교육에 힘쓰고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자라가도록 성품을 주제로 설교하고 삶을 실천하도록 생활지도에도 힘쓰고 있다. 교사들은 전원 한국교회와 개인 후원자들의 후원을 받아 사역하는 선교사들이다.
몽골 교육부의 감사를 받으면 “너희 한국은 잘 사는 나라라는데 학교 시설이 왜 이러냐?”는 지적을 받아 벌금을 내기도 한다고 했다. 10년째 학교를 건축하겠다고 말해놓고 건축을 하지 못해 몽골 교육부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오는 10월이면 학교허가 재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 재연장 되지 않으면 당장 고3 아이들이 한국대학에 갈 수 없다. 선교사들은 자녀들을 안심하고 보낼 학교가 없어진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양 선교사는 “세계 선교를 위해, 다음세대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학교는 존재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이 상황 가운데 학교건축을 위해 일하실 것을 기대한다. 하나님의 거룩한 과업인 세계 선교와 MK를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한국교회가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선교사들이 자녀교육의 염려를 덜고 선교에 전념하도록 교육선교를 통해 세계 선교에 동역하는 학교가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MK들이 다음세대 하나님 나라와 세계 선교에 헌신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도록 섬길 것이다. 오직 하나님 한 분만 영광 받으시고, 복음이 모든 족속에게 확장되는 일들이 가속화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울란바토르=한영배 드림업 기자 mdwpdntm@dreamu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