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암연구·진료 전문기관인 국립암센터가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강행되면 국립 종합병원으로서는 첫 파업이다. 지난해 설립된 뒤 첫 임금협상에 나선 노조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임금인상 상한선을 고수하는 병원 측이 강대강으로 대립하는 상황이다.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암 환자 특성상 옮길 장소를 찾기 어려운 환자와 가족들은 발만 구르고 있다.
국립암센터 노사는 6월부터 시작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진전이 없자 지난달 21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총파업 투표에서 95%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쟁의 조정기간이 5일로 끝났기 때문에 6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노사 양측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까지 임단협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임금 수준이 열악한 점을 고려, 전년대비 임금 6%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병원 측은 정부 가이드라인인 전년 대비 1.8% 인상안을 고수하겠다는 태도다. 노조가 요구하는 추가수당 개선안도 병원 측은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후 경기지노위가 추가수당 제외 1.8% 인상안을 제시하자 이를 수용했으나 병원 측은 추가수당을 인상분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거부했다.
병원 측은 노조가 지난 2일 파업에 따른 환자안전조치를 요청하자 주중 환자들을 대거 전원(병원을 옮김)·퇴원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입원환자는 450~500명 수준이지만 파업이 실시되면 6일까지 200여명만 병상에 남는다. 인근 동국대 일산병원 관계자는 “암센터 측이 (노조 요청 이전인) 지난주에 환자들을 파업 시 전원 조치하겠다고 해와 업무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다만 암센터 측은 “업무 협의를 한 건 사실이지만 파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암 수술로 가족이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 입원해 있는 A씨는 5일 “간호사가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는 데 동의하라고 서류를 내밀었다”며 “총파업을 대비해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이야기였고, 주치의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인 병실에 있던 환자 5명도 모두 같은 통보를 받았다”며 “이미 일반 병동에서는 5일까지 환자 3분의 1 정도가 빠져나간 상태”라며 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다른 종합병원에서 벌어지는 총파업과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암환우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환자와 가족들의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난소암 4기인 어머니가 3일 개복수술을 마쳤다고 밝힌 한 환자 가족은 “중환자실에서 병실로 올라오자마자 바로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립병원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한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