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지소미아 종료, 북·중·러 기뻐할 것”… 이 총리 “부적절”

입력 2019-09-06 04:08
로버트 에이브럼스(오른쪽)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에 참석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기뻐할 국가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반대하는 듯한 발언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 장관 답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 “부적절한 답변이라고 느꼈다. 그 이유를 함부로 재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잘못된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정 장관을 면전에서 질책한 셈이다. 정 장관이 평소 지소미아 종료에 부정적이었다는 설과 맞물리며 정부 내 엇박자가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정 장관은 한·일 지소미아에 대해 “실시간 군사적 효용 가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소미아에 따른 한·일 간 정보 교류는 어떠한 군사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지소미아는 대한민국에 유리한 부분도 있고 일본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면서 “다만 우리 국민들은 한·미동맹 내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갖는 전략적 가치나 상징성 측면에서 많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징성 측면’이라는 언급은 지소미아 종료로 미국이 중시하는 한·미·일 삼각안보 협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 후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김석기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한·미 정보 당국 간 정보 공유가 실시간 긴밀히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도 정보 공유체계에 대해 이상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서울안보대화(SDD)’에 참석했다. 국방부가 2012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차관급 다자안보협의체인 SDD에 연합사령관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미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동맹은 치열한 지상전 속에서 탄생했다. 양국이 당면하는 위협들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약속이자 수차례 검증된 의지”라고 강조했다. 몰디브에서 열린 인도양 콘퍼런스에 참석하느라 SDD에 불참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이제 한반도 관련 주요 업무에 다시 몰두해야겠다”는 트윗을 올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