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한미군 시설 2곳 예산으로 멕시코 장벽 만든다

입력 2019-09-06 04:01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4일(현지시간) 주한미군 시설 2곳의 예산을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돌려쓰기로 확정했다.

미 국방부는 자국과 해외의 군사시설 건설에 투입할 127개의 프로젝트 예산 중 36억 달러(약 4조3000억원)를 전용해 175마일(약 281㎞)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할 방침이다. 해외 미군시설 사업 예산에서 모두 18억3675만 달러를 조달키로 했는데 이 중 경기도 성남의 군용 벙커인 탱고 지휘소와 전북 군산 공군기지의 무인기 격납고 사업이 포함됐다.

금액으로는 탱고 지휘소 관련 예산이 1750만 달러(약 210억원), 군산 공군기지 예산이 5300만 달러(약 630억원)다. 탱고 지휘소는 한미연합사령부의 군용 벙커로, 전술 핵무기 공격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시설 예산이 전용된 미국 외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9곳이다. 독일(4억6755만 달러)에서 가장 많이 전용되고 일본(4억568만 달러), 영국(2억5057만 달러) 등의 순이다.

트럼프(사진) 대통령은 지난 2월 멕시코 국경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에 따라 의회 승인 없이 국방예산 66억 달러를 멕시코 장벽 건설에 전용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소송으로 비화돼 1·2심에서 제동이 걸렸으나, 지난 7월 연방대법원이 대법관 5대 4의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시 추진됐다.

동맹국인 한국을 압박하고 북한에는 손을 내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중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과 일본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강한 동맹국들을 위해 많은 돈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경우에 이들은 우리를 위해 많은 것을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절대 고마워하지 않는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겨냥해 미국의 도움만 받고 대가를 치르지 않는 나라들로 몰아세웠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을 통해 중국 견제 등 안보상 이익을 얻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과의 남중국해 갈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다가 한국과 일본을 끄집어냈다. 그는 “우리는 일본을 돕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 필리핀을 돕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다가 동맹국들이 미국을 위해 많은 것을 하지 않으며 절대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허리케인 도리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뒤 불쑥 북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이란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란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우리는 (이란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북한으로 화제를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굉장한 나라가 될 수 있다”면서 “그들은 굉장해질 수 있고 우리는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에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 보장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발전이라는 당근책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려는 의도도 내비쳤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