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트렌드를 짚어보라면 그 중 하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양극화일 것이다. 바로 ‘크기의 양극화’다. 지난해 연말 이후 출시된 신차들을 살펴보면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SUV, 그리고 레저를 즐기거나 가족 구성원 수가 많은 소비자들을 위한 대형 SUV가 주를 이뤘다.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팰리세이드’(사진)는 대형 SUV 열풍의 시작점에 있었다.
팰리세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해변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이다.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에 위치한 고급 주택지구, 시원한 바닷바람과 장엄한 일몰을 배경으로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곳. 팰리세이드는 그런 느낌을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X) 등을 통해 최대한 재현하려 한 플래그십 SUV다.
아직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말, 팰리세이드와 함께 주말을 보냈다. 웅장한 전면부는 대형 SUV의 클리셰같은 요소긴 하지만 펠리세이드의 전면부는 확실히 차별화됐다. 이 부분에서 현대차가 의도한 ‘감성적 우위’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대형 SUV지만 투박한 느낌이 강했던 전통적인 SUV의 모습은 아니다.
팰리세이드만의 디자인 감성과 배려는 인테리어와 편의사양에서도 드러났다. 요트의 데크에서 영감을 받은 티크 운전석과 조수석 앞부분의 티크 우드 재질, 퀼트 디자인을 적용한 시트, 개방적이면서 간결한 배치를 보여주는 센터페시아 등 아늑하고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잘 구현한 느낌이었다. 2열 각 좌석의 열선과 통풍 기능과 공조시스템 조작 기능, 3열까지 배려한 USB 포트와 넓은 공간이 ‘가족’이란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했다.
3.8리터 V형 6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팰리세이드 가솔린 3.8 모델은 진동, 소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끄러운 주행감 역시 전통적인 SUV의 거친 느낌과는 달랐다.
올해 들어 7월까지 팰리세이드의 판매 대수는 3만5162대다. 국내 대형 SUV 중에 팰리세이드를 뛰어넘을 ‘아빠 차’가 적어도 당분간은 없어보인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