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우리 일상으로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암호자산거래소 ‘베론’은 올해 안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시간 해외송금 시스템을 구축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송금 시간과 환전 수수료 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지난 7월 블록체인 자율규제특구로 지정된 부산시에선 블록체인에 기반한 관광상품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낸다. 신한은행은 ‘골드바 선물하기’ ‘디지털 자산 보관 서비스’ 같은 서비스를 내놓았거나 준비하고 있다.
국민일보와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위원장, 암호자산거래소 ‘베론’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2019 미래 블록체인·암호자산 포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블록체인은 금융 분야는 물론 유통, 의료, 관광, 부동산 등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다카하시 요시미 베론 대표이사는 최근 ‘실시간 해외송금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해외송금 시장의 규모는 6013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4453억 달러(74%)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이다.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다카하시 대표이사는 “기존 금융회사의 송금 서비스는 높은 수수료, 과도한 시간 소요 등으로 이용자 부담이 상존한다”면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송금 시간과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굉장히 도움 되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암호자산을 활용해 해외송금을 하더라도 결국은 현지 통화(자국 화폐)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기존 금융회사와 협업 없이 불가능하다. 베론은 주요 금융회사와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로 현재의 금융생태계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항상 새로운 ‘플레이어’가 추가되고,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크게 3가지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관심을 끄는 분야는 ‘디지털 자산 보관 서비스’다.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금융·의료·신용 정보 등)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일종의 ‘모바일 금고’ 개념이다. 언제든지 개인이 간편하게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자산을 열 수 있는 개인의 ‘열쇠’를 다양한 기관이 ‘분산 보관’하면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장현기 신한은행 디지털R&D센터 본부장은 “고객으로서는 자산 관리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의 신뢰와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서비스”라며 “올해는 이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개발한 서비스 중에 ‘골드바 선물하기’도 눈길을 끈다. 지금은 교환증을 들고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골드바를 찾을 수 있는 반면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분실이나 해킹 위험 없이 다른 사람에게 골드바를 선물할 수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지역화폐 플랫폼을 지원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수당, 지역상품권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포인트로 발행하는 방식이다.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블록체인·암호자산의 선순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어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특정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주는 경제 체계)’ 모델을 구축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