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5%룰’ 족쇄 풀어 주주권 행사 더 쉽게 한다

입력 2019-09-06 04:05

정부가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이른바 ‘5% 룰’ 족쇄를 푼다. 또 손자회사 공동출자 금지, 내부거래 공시 의무 등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사외이사 장기 재직을 금지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5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거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금융위원회는 ‘5% 대량 보유 보고 제도’(5% 룰) 개선안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6일 입법 예고한다. 5% 룰은 상장사 지분을 5% 넘게 가진 투자자는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5일 안에 보유 목적 등을 신고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규정이다.

정부는 1992년 투기자본의 과도한 경영 참여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막기 위해 ‘5% 룰’을 도입했다. 지분 보유 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 5일 이내에 상세 보고하고, 그렇지 않다면 보고 기한을 연장해 약식 보고토록 한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자율 지침) 도입으로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가 활발해지면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규정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해임청구권 등 회사·임원의 위법 행위에 대응하는 행위를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서 제외한다.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과 단순한 의견 표명, 대외적 의사표시도 경영권 영향 행위로 보지 않기로 했다.

또한 약식보고 대상을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로 구분하고 보고 의무를 차등화한다. 의결권 등 지분율과 무관한 권리 행사는 단순투자로 보고 최소한의 공시 의무만 부과한다. 반면 배당정책 합리화, 감사위원 자격 강화 등 적극적 주주활동은 일반투자로 구분하고 강한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이번 개선안으로 기관투자가의 주주활동 확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공적 연기금의 일부 주주활동을 단기매매차익 반환규정인 ‘10% 룰’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관계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 10% 룰은 특정 기업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꿀 경우 6개월 내 단기매매차익을 회사에 반환토록 한 제도다. 금융위는 10% 룰 면제 대상을 늘리면서 내부통제 기준, 정보교류 차단장치 강화 등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주사 내 공동 손자회사 출자를 금지한다. 그동안 손자회사를 여러 자회사가 지배해 그룹 내 소유·지배구조가 불분명했던 문제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부당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사가 50억원 이상 규모의 거래를 할 때는 이사회 의결과 공시를 의무화한다. 지주사가 소속 회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수수료나 경영컨설팅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등 배당 외 수익에 대해서도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연말까지 공시 양식을 마련키로 했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 지침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 계열사 퇴직 후 해당 기업의 사외이사로 임용되는 걸 금지하는 결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린다. 한 기업에서 6년 이상(계열사 합산 9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하지 못하도록 상법 시행안을 개정한다. 주주총회 내실화를 위해 주주총회를 통지할 때 사업보고서와 임원 보수 총액도 함께 공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양민철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