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은행 이용자 95%는 미숙아 “적자 쌓인다고 운영 포기해서야”

입력 2019-09-08 18:08
사진=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이른둥이(미숙아) 등 모유가 필요한 아기가 늘고 있는 가운데 대안이 될 수 있는 모유은행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대학병원 중에서 모유은행을 운영하는 곳은 한 곳 뿐인데 막대한 운영비와 출산율 감소로 모유 기증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모유은행은 기증자의 모유를 모아두었다가 위생적인 가공을 통해 안전한 상태의 모유를 만들어 이를 필요로 하는 아기에게 나누어 주는 역할을 한다. 모유의 영양소 조성은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이다. 면역글로불린 A와 몸속에서 병균의 번식을 맞아주는 락토페린이 분유보다 많고, 신생아 알레르기의 주원인인 베타락토글로불린이 들어있지 않아 알레르기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그러나 모유는 출산 직후부터 자주 지속적으로 수유를 해야 잘 나온다. 이른둥이와 같이 출생 직후 바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유 기회가 줄게 되고, 유축을 하더라도 아기에게 직접 젖을 물리는 것에 비해 모유량이 감소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모유은행의 경우 매년 300명 정도의 아기들에게 모유를 공급하고 있고, 이른둥이에게 지원되는 비율이 약 95%를 차지한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모유은행이 병원에서 차지하는 공간, 인력, 전기세, 택배비용, 가공비용, 소모품, 홍보 및 행사 비용을 고려하면 연간 1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 적자가 나는데도 사명감 하나로 운영하려는 병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민간영역에서도 경영상의 문제로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OECD 국가 중에 어떤 형태로든 모유를 공공영역에서 관리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모유은행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력, 장비, 검사비용, 물류비용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이는 모유은행이 설립되기 힘든 원인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이른둥이 등 아픈 아기 비율이 늘면서 기증 모유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증에 따른 인센티브 부재, 출산율 감소 등의 영향으로 모유 기증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병원의 모유은행은 비영리기관이다. 기증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감사장 정도이며 심지어 사비로 기증자 본인의 혈액검사를 해서 건강 여부를 확인한 후에 기증하는 경우도 있다. 수혜자에게는 100㏄에 3200원 정도의 병값 정도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기증 모유는 계속 필요하다. 현재 국가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유아사업의 일환으로 국가 차원의 모유은행 확대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