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쫓겨… 핵심증인 빠진 조국 청문회

입력 2019-09-05 04:00
자유한국당 나경원(맨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회동한 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6일 열기로 합의했음을 밝히고 있다. 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로비에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청문회가 열려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올라갔다(왼쪽 사진). 연합뉴스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6일 열기로 합의했다. 가까스로 청문회는 열리지만 당초 이틀로 정했던 청문회 기간이 하루로 줄어든 데다, 후보자 가족 증인도 채택하지 않기로 해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문위원 2명을 가진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원내대표는 청문회 불참을 선언했다. 조 후보자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청문회가 열려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4일 오전 회동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했으나 오후에 다시 만나 청문회 합의를 발표했다. 지난달 14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22일 만이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서로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인사청문회라는 국회가 해야 할 고유의 책무를 이행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6일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야당이 요구한 이틀이 아닌 하루만 하는 데 대해 “청문회를 준비하는 데 하루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며 “결국 5일에 준비하면 (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시한인) 6일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 증인인 조 후보자의 가족은 증인으로 부르지 않기로 했다. 이 원내대표는 “모든 증인에 대해 법적으로 부를 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고 했고, 나 원내대표도 “조 후보자만을 대상으로 해도 모든 진실을 상당히 밝힐 수 있다고 판단해 통 크게 양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가족 이외의 다른 증인을 부르는 문제를 두고는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의 합의대로 조 후보자의 청문회가 실시되려면 법사위에서 청문계획서와 증인 채택, 자료 제출 요구 안건이 모두 통과돼야 한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요구한 가족을 제외한 증인 13명을 부를지 여부에 대해 5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증인 13명을 축약했고, 민주당 송기헌 간사가 명단을 적어갔다”고 했다. 다만 인사청문회법상 증인·참고인 출석을 요구하려면 청문회 5일 전에 출석요구서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6일 청문회에는 증인·참고인의 출석을 강제할 수 없다. 한국당은 당초 지난달 27일 모두 93명의 증인을 요구했었다.

한국당은 청문회와 별개로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여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인정하는 건 아니다”며 “지금 드러난 것만으로도 조 후보자의 차고 넘치는 비위, 불법에 대해 특검과 국정조사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면죄부를 주는 청문회가 아니라 더 많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 임명 강행을 저지하는 청문회가 될 것”이라며 “조 후보자가 사퇴할 이유를 추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오 원내대표는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청문회 참여를 거부했다. 그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합의에 대해 “국회의 권위와 존엄을 실추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땅속에 처박는 결정”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조 후보자 임명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법 절차에 따라 관련 증인들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여는 것이 국회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같은 당 청문위원인 채이배 의원은 개별 의원 자격으로 청문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심희정 박재현 기자 simcity@kmib.co.kr